아프리카의 여신이 되지 못하여…

노동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새로 밥을 짓는 시간

by 김문정

막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방학이라 집에서 누워 뒹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방금 마른 손에 다시 물을 묻히고

다시 밥을 새로 올린다.

새벽에 배달 온 계란을 꺼내

촉촉하고 부드러운 계란말이를 만들어야지 하는 순간,

골판지 포장 속에서 계란 두 알이 깨져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

깨진 계란 두 알이 범벅이 되어 실망스러웠다.

반품을 할까 잠깐 망설였지만

벌어먹고 살기 힘든 요즘 세상이다.

이 계란을 낳는 닭을 키우고 돌보는 농장 사람,

그것에 값을 매겨 사는 판매자,

새벽에 그 물건을 실어 나른 사람의

피땀 어린 노고가

남 일 같지 않았다.

나는 반품을 포기하고

맛있는 계란말이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릴 적 내 꿈은

등짐 하나 지고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

현지인들에게 추앙받는 여신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조리에서 요리로 발돋움하는 단계에 서서

그 재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때도 목표로 삼지 않았던 나의 밥벌이.

주방에서 뜨거운 불과 씨름하고,

재빠르고 날렵하게 칼질을 하고,

누군가 맛있게 먹고 난 그릇들을

차가운 물로 퍼덕퍼덕 씻어내는 여자.

그래서 우리 집 아이들은

나를 만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조연 여전사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

너희들이 엄마는 여전사 같다고 생각해 준다면

힘든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내 집에서

다시 칼을 들고 다시 밥을 올릴 용기가 생긴다.

일본식 촉촉한 계란말이에

저염 명란을 으깨 살포시 얹고,

막 으깬 마늘, 간 깨소금,

그리고 향긋한 시골 참기름 한 방울.

내 꿈은

아프리카의 추앙받는 여신이었지만,

지금 나는 전사가 되어

맛있는 음식을

아주 오래도록

너희에게 먹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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