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걷고 오겠습니다. - day 5

한강 다리를 건너다

by MJ






1월 10일 월요일. 만보 걷기 5일 차에 접어든다.

오늘은 한강 다리를 건너기로 해서 걷기 일기에서 꽤 역사적인 날이다. 별 일이 아니다 싶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라 걷기 전부터 두근두근했다. 한두 번 한강 다리를 건너본 적이 있기는 하다.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는 2년여쯤 동생 내외와 언니네 집에서 놀고 부른 배도 꺼뜨릴 겸 우리 집까지 걸어왔었는데,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지나면 그때부터는 일상이 된다. 가깝고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항상 차로만 다녀서 제대로 인식해 본 적이 없는 곳. 나에게 한강 다리는 언젠가 일상이 되길 바라던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 첫걸음을 떼는 것이니 이 얼마나 역사적인 일인가.



오후에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동호대교를 향해 걸었다. 을지병원 사거리를 지나 현대백화점 본점을 지나간다. 쭉 걸어가면 동호대교로 진입하는 계단이 나온다. 벌써 두근거린다. 가지 않을 때는 이곳으로 사람이 다니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런 길이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살게 된다. 걸어보아야, 직접 경험해 보아야 인식하는 나는 이 길을 반갑게 마주하기 시작했다.






조금 긴장하며 다리를 걷는다. 차들과 바람이 내는 소리만으로 가득한 다리 위는 고독하다. 내 앞으로 한 아주머니가 있고 조금 있으니 자전거 두어 대가 나를 앞서간다. 패딩에 모자, 목도리로 중무장한 아주머니와 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걷는다. 쌩쌩 달리는 차량의 소음만이 가득한 추운 대교 위를 함께 건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비슷한 속도의 존재만으로 나는 위로를 받는다. 낯선 사람 덕분에 낯선 다리 위를 건너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지나고 나면 각자의 길을 가 다시 볼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다시 본다 해도 알아볼 수조차 없을 그저 타인일 뿐인 존재가 위안을 준다. 그녀에게도 내 존재가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을까.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처음과 같은 간격을 유지한 채 마저 길을 건넜다.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 다리를 건너는데 불이 켜진다. 불빛이 강하지는 않아서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은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불빛이 점점 강해지는 시간이 되어간다.

이제 한강 다리를 다 건넜다.





일을 마치고는 한남대교를 걸었다. 한번 걸었다고 다리를 찾아 건너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동안 차로 지나치느라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다리의 입구를 찾는 일은 살짝 두근거리며 재미가 있다. 다리 초입들에 도보자를 위해 누르는 신호등이 있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게 많이 지나면서도 처음 보는 것이 있다니. 세상을 아직도 알게 많은 곳이었다.



한강 다리를 건너다. 만보 걷기를 시작하고 5일째. 나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제대로 하는 기분이 들었다. 걷기 운동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이제 많은 다리를 건너보겠다는 다짐, 걸음으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경험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오늘도 잘 걷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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