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스지탕
친구네 어머니가 셀러리를 한 더미 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셀러리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국물요리에 넣어서 먹는 것도 좋아한다. 포토푀 같은 따끈한 국물요리에 넣으면 예상치 못한 풍부하고 세련된 맛이 난다.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다 냉동실에 있는 스지가 생각났다. 도가니나 스지처럼 말캉거리는 식감의 소고기를 좋아해서 가끔 마트나 인터넷 쇼핑으로 사둔다. 냉동실에 스지 한 덩이가 들어있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사두었던 일본 어묵도 꺼냈다. 연근, 당근, 우엉, 표고버섯도 주섬주섬 꺼낸다. 한의학 중 8 체질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중 목양인에 해당하는 나는 뿌리채소가 잘 맞는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잘 지키는 것 같지만 전혀 지키지 않는다.) 굳이 체질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니까 먹는 거긴 하다. 스지와 무, 쯔유, 치킨스톡을 넣고 한참을 끓여내고 연근, 우엉, 당근을 넣고 더 끓인다. 표고버섯을 넣고 마지막으로 어묵과 셀러리를 넣는다. 푸근하게 끓여낸 스지는 부드럽고 쫄깃하다. 그 식감이 매우 취향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입맛을 다시는 중. 한솥 가득 끓여낸 어묵스지탕을 이틀에 걸쳐 먹었다.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자주 해 먹지는 않는데, 그래서인지 더 스스로에게 해주는 귀한 음식 같은 느낌이다. 만원 버스를 타고 퇴근해 "타다이마"하며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서서는, 탁탁 도마에 칼 닿는 소리를 내면서 보글보글 끓여내어 혼자 정종 같은 것을 따라놓고 먹으며 "오이시이" 같은 감탄사를 내며 먹을 법한 일본 드라마 장면이 연상되는 음식이다. 드라마 ‘호타루의 빛’ 같은 목조건축에 백열등이 켜지는 집이 어울릴법한. 잠깐, 혹시 이런 장면이 진짜 있었던가.
+ 그 드라마 본 지 오래 되었지만 아마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