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by 빨간나무




막내를 재워놓고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


아무 생각 없이

패딩에 털슬리퍼를 신고 나왔더니...

덥다...



3월이 이렇게 따뜻했나?

작년에도 이랬나?

생각하자마자 깨달았다.





'아. 벌써 1년 전이구나.'



작년 3월에 첫째는 2학년이 되었고,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겼다.


그런데

어땠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년 3월 중 절반은 입원했다.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서

집에 오면 오히려 낯설고 불안할 정도였다.



내 기억은 추운 겨울에 멈춰서

드문드문 끊어져있다.




겨울이 갔는지,

봄이 왔는지,

여름이 되었는지...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잘 커주고

시부모님께서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1년동안의 성장. 환자복 바지를 접지 않고 입었다..!



그리고 올해 봄,

또 병원에 와 있다.


이제는 계절마다 입원을 하고 있다.


3개월 만의 병동인데

들어오자마자 적응이 되었다.


선생님들도 반갑고

병실 곳곳도 익숙하다.




다만,

낯선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여전히 아픈 아이들은 꽉 차 있다.


이곳에서 약간은 이방인처럼

잠시 머물다 간다.





작년 겨울에 걷지 못했던 막내는

이제는 뛰어다니고,

작년에 못 했던 일들을 이제는 해내고 있다.


아기띠 없이 손을 잡고 걸어 다니고,

자기 이름표를 손에 차도 거부하지 않고,

울지 않고 소독과 심전도를 해내고,

누워서 통잠을 자 주고(!!!) 있다.


덕분에 간병 난이도가 내려갔다.

잠깐 있으라고 하고 편의점도 갔다.✌️




어쨌든 버티고 견뎌냈더니..

다시 봄이 왔고,

나는 책을 읽고 있다.


여전히 끝이 먼 치료 중에 있지만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감사히 보내고 있다.




작년에는 없었던 봄이,

다시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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