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

飛花, 悲花, 그리고 悲話의 飛火

by Outis

1. 飛花(흩날리는 꽃)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대."


[남은 쪽]


겨울을 닮은 나의 첫사랑은

눈으로 내려 잡을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봄이 되고

꽃잎이 눈처럼 날리고 있어.


나는- 여기서- 널 기다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너라는 계절을 기억해.


겨울을 닮아 차가웠던 너는

내 손에 닿아

눈물이 되었다.



[떠난 쪽]


눈보라처럼 널 삼키러 온 날

너는 사랑한다 안아 주었다.


얼어붙은 내 마음이 녹아서

네가 그 안에 빠져 죽기 전에


너를- 거기에- 두고 떠나.


한 때의 계절일 뿐이야.

다시는 돌아보지 않아.


겨울인 내가 눈물을 흘리면

눈이 되어, 분명

널 찾고 말 테니.





2. 悲花(슬픔의 꽃)


화병에 며칠 째 꽂혀있는 저 꽃을 얼른 버려야 하는데...


물이 말라서 투명한 유리에 누런 때가 끼어 있어. 이제 닦아도 안 질 거 같아.

꽃잎은 누렇게 시들었고, 줄기 끝은 썩었는지 까매. 미끌거릴 저걸 만질 생각 하니까...



진짜 싫다.



이럴 거면 꽃은 왜 준 거야?

잘해보자 한지 며칠 만에 헤어지자 하는 법이 어딨냐고.


너한테 받은 것들도 전부, 싹 다 정리해야 하는데, 아...

미루고 있는 내가 게으른 거야, 아니면 네가 나쁜 거야?



나쁜 자식.



밖은 봄이 한창일 텐데. 꽃도 예쁘게 피었을 텐데.

예쁘게 차려입고 기분전환이나 해볼까? 해도.

옷장에는 네 취향에 맞춘 옷뿐이야.

신발도.



이런 신발.



아, 어쨌든 저 꽃. 저건 진짜 버려야 하는데.

썩어서 냄새나는 거 같아.


... 미련 갖지 말고 화병에서 빨리 빼낼 걸 그랬나.

잘 말리면 오래 보관할 수도 있다던데.


이젠 드라이플라워(추억으)로도 못 만들어.

버리는 수밖에 없어.



아, 화병에 찌든 때.

저건 닦아도 안 지겠지.





3. 悲話(슬픈 이야기)


"잊지 않을게."


(사락)


어? 꽃이다!

꽃이에요! 신난다!

꽃 오랜만에 봐요. 저번 건 흰색만 있었는데, 오늘은 노란색도 있네요. 헤헤.

난 노란색이 좋아요. 처음 입은 새 옷이 노란색이었거든요. 어린이집 갈 때 엄마가 사줬어요.

어때요, 까마귀 아저씨? 예쁘죠?


"글쎄? 안 어울리는데."


아녜요. 노랑, 선생님들이 예쁘다고 해줬는데?


"지금의 넌 빨강이나 파랑, 보라가 어울릴 거 같다."


빨강 파랑 보라... 노랑이랑 초록! 무지개네요. 예쁘겠다.

많으니까 아저씨도 한 송이 가져가요.


"꽃이 뭐가 좋냐? 먹지도 못하는 걸."


우웁... 아, 속이야.

예쁘잖아요. 꽃은 보는 거예요.


"금방 시들어서 볼품없어질 텐데."


아, 맞다. 물, 물이 있어야...

물... 물... 아, 물은 무서운데.


"됐어. 어차피 물을 줘도 얼마 못 가."


왜요?


"꺾은 꽃이잖냐."


꺾은.. (우득!)


"줄기가 잘려서 금방 시들어."


잘려... 흐..!


"왜 그러냐?"


....... 아녜요.

아저씨, 그럼 이 꽃도 시들어요?


"그렇지."


시들면 어떻게 돼요? 누가 자꾸 가져가 버려서 그 담은 몰라요.


"죽지."


죽지? 그게 뭐예요?


"죽는다고."


죽는 게 뭔데요?




(푸드드득)


"너처럼 되는 거야."







*3번 이야기는 '정인이 사건'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부연설명입니다. 잔인한 이야기니 싫으시면 그만 보셔도 됩니다. 다만,

불과 16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실제로 이런, 말로 형용하기도 힘든 일을 겪었다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



아래는 정인이의 부검 결과입니다.


장간막 출혈로 인해 아이의 복강 전체는 피로 가득했으며, 소장 및 대장은 파열되었고, 터진 장에서 공기가 빠져나왔답니다.

췌장은 절단되었고요. 췌장 절단이란 건 배가 척추에 닿을 정도로 납작하게 눌려야 가능하답니다.

"약하게 몇 대 때린 것뿐"이라는 가해자의 진술과 달리 후두부와 쇄골이 골절되었습니다.

장기가 손상되었다가 회복된 흔적이 있었다네요. 그날 한 번만 때린 건 아니란 거죠.


이미 사망 전날부터 극심한 고통과 메스꺼움으로 인해 음식은 물론 물을 마시는 것조차 힘들었을 거라 합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꼭 병원에 데려가 달라" 했음에도 양부모는 정인이를 방치했으며, 사망 당일 양모는 구급차가 아닌 택시를 타고 느긋하게 병원에 갔다고 하네요.


범행의 악랄함에 검찰은 양부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양모에게는 사형을 구형하였습니다만, 재판 결과는?


1심에서 양부는 징역 5년을, 양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2심에서 양부는 똑같이 징역 5년, 양모는 징역 35년을 받았습니다.

3심 결과는 2심과 같았고요.



35년? 35년 동안 편하게 콩밥?



정인이 뿐만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아동학대와 방치는 계속 있어 왔어요. 최근에도 있었죠. 보조금을 받는데도 아이를 굶겨 죽인 사건.



悲話(슬픈 이야기)가 우리 마음 속에 飛火(작은 불씨가 번짐)되도록

부디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제 이야기와는 달리

부디 그곳에선 편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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