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문법 09 : 신뢰의 문장

나를 믿는 일에서, 우리를 믿는 일로

by 수안


나는 네가 망설일 때마다 태어난다.


의심과 불안 사이에서,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혹은 스스로를 믿고자 할 때,
나는 조용히 깨어난다.

너는 종종 나를 ‘위험한 감정’이라 부른다.
맞다. 나는 언제든 상처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신뢰가 사라진 관계는
언제나 불안으로 흔들린다.
그래서 나는,
상처받을 가능성보다
연결될 가능성을 조금 더 믿는 마음에서 자란다.

예술가에게 나는 생명선이다.
스스로의 감각을 믿지 못할 때, 창작은 멈춘다.
그러나 다시 펜을 드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여전히 믿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바로 신뢰의 첫 숨이며,
예술이 세상과 통하는 언어다.

나는 계산이 아니다.
확신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나는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감정의 기술이다.
두려움을 없애는 대신,
두려움과 함께 걷는 선택.
그 선택이 쌓이면
그건 더 이상 용기가 아니라
습관이 된다.
그때부터 나는 너의 리듬이 된다.

신뢰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신뢰의 본질이다.
너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지.
“결국 신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 일이다.”
맞다.
심지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순간에도
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뢰란,
타인을 향한 믿음이기 이전에
너의 세계를 지탱하는 내면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내면의 신뢰는,
언젠가 관계의 신뢰로 이어진다.
스스로를 믿는 사람만이
타인을 온전히 믿을 수 있다.
그 믿음은 일방의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틈을 존중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그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의 불완전함을 함께 감당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나는 기다림이 아니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는 언제나
너 안에서부터 시작되어,
우리로 향해 확장된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신뢰는 언제나 느리게 자라지만,
한 번 뿌리내리면
그 어떤 폭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의심 속에서도,
불완전한 믿음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너를 향해 자라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너는 알게 될 것이다.
나를 믿는 일이 곧
누군가의 세상을 밝혀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
신뢰는 다시 태어난다.

-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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