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써야 할 것 같은 날인데, 이상하게도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쓰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서만 뒤엉킨 채,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이게 감정 인문학에 맞는 이야기인지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묻게 되었다.
한동안 글이 잘 써지지 않았고, 그 사이 부담감이 내 앞에 먼저 와 있었다.
이곳에서 글을 멈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쓰기 싫어서라기보다는,
더 나아진 글을 쓰고 싶다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쪽에 더 가까웠다.
‘감정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달려오다 보니, 문장 하나에도 괜히 기준이 생겼다.
이 감정은 기록해도 되는 감정일까.
그리고 그 질문 끝에,
아주 단순한 결론에 도착했다.
새해 첫날 밝고 희망찬 덕담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마음 한편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머뭇거림, 망설임, 약간의 초조함, 의심, 이런 감정들도 잘 챙기고 보듬어야겠다.
오늘은 이것부터 남겨도 되겠다는 확신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만든다.
2026년 병오년 새해 새날.
다짐 대신 초조한 머뭇거림의 문장으로 시작해 본다.
이 떨림은 올 한 해 내게 새롭게 다가올 일들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확신 없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로.
가장 솔직한 감정을 고백해 본다.
각 잡고 쓸 때보다,
삶의 한복판에서
나다운 문장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