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정원을 가꾸다
감정은 언제나 불쑥 찾아오는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바람이 스치듯 조용히 다가오고,
때로는 오래전부터 마음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던 것이
햇살에 반짝이는 먼지처럼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감정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잊은 줄 알았던 마음의 결이
어느 날 문득 다시 살아 움직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나’를 느낀다.
하지만 그 감정이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건 아니다.
감정이란 파도는 우리를 살리기도, 삼켜버리기도 한다.
벅찬 기쁨이 방향을 잃으면 집착이 되고,
순수한 슬픔이 깊어지면 무력함이 된다.
그래서 이성이 필요하다.
이성은 감정을 누르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감정의 정원을 잘 가꿀 수 있도록 돕는 정원사에 가깝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싶을 때,
이성은 잠시 속삭인다.
“이 감정은 나를 더 깊게 이해하게 하는가,
아니면 나를 잃게 하는가?”
이 짧은 질문 하나만으로도 감정의 결은 달라진다.
그저 불안하거나 뜨거운 에너지였던 것이,
‘나를 알게 하는 신호’로 변한다.
그때 감정은 나를 괴롭히거나 해치려는 적이 아니라,
내 안의 또 다른 언어로서 나를 지켜내는 아군이 된다.
감정은 우리를 방황하게 하지만,
그 방황 속에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길을 비춘다.
그건 사랑일 수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혹은 오래된 외로움의 흔적일 수도 있다.
감정은 우리 안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드러내며,
삶의 결을 만들어간다.
이성이 그 감정을 판단하려 하면
감정은 스러진다.
하지만 감정을 경청하면,
이성은 그 안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감정과 이성의 균형이라는 아름다운 예술을 배우게 된다.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칠 때도,
이성이 냉정하게 그 폭풍을 가를 때도,
그 사이에는 늘 ‘나’라는 존재가 있다.
그 균형을 감각하는 순간,
감정은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
감정이 휘몰아쳐야만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요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도 소중하다.
그건 작은 바람처럼,
잠깐의 떨림처럼 다가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그 파문이 오히려 내면의 깊은 감정으로 번지며 나란 존재의 의미를 선사해줄 때가 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건,
감정을 버리는 게 아니라
감정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그건 매일의 연습이며,
삶이 주는 가장 섬세한 훈련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건 나의 불완전함을 비추는 빛이자,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나를 흔들 때마다,
나는 다시 쓰고, 다시 살아간다.
오늘, 그 균형을 배우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게 바로
감정의 문법이자,
삶의 예술일지도 모른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돼.
오늘의 문장이 내일의 문장을 자라게 하니까."
- 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