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문법 02 : 불면의 문장

by 수안


낮에 다 쓰지 못한 문장이
밤이 되자 다시 깨어났다.
고요는 닫힌 침묵이 아니라,
감정이 스스로 숨 쉬는 시간이었다.



"밤은 고요하다."
[ 1악장 - 고요 속의 교향곡 ]

하지만 그 고요는 정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시계 초침이 바늘 끝으로 공기를 자르고,

냉장고의 미세한 진동이 벽을 타고 흐른다.

잠든 도시의 숨결 사이에서, 나만이 깨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눈을 감아도 마음은 더 또렷해지고, 잠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루 동안 미처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웅웅 울린다.

생각은 고요 속에서 자라나고, 감정은 그 안에서 방향을 잃고 헤맨다.

불면의 시간은 어쩌면, 내 안의 문장들이 서로 부딪히며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성과 감정은 이 시간에 가장 가까워진다.

낮의 이성은 너무 밝았고, 어떤 감정은 그 빛에 눌려 있었다.

하지만 밤은 빛을 덜어내고, 그 틈에서 숨어 있던 감정이 고개를 든다.

불면은 그 둘이 대화하는 순간이다.

논리가 감정의 그림자를 이해하고,

감정이 이성의 언어를 배우는 시간.


그래서 나는 이 시간에 글쓰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

잠들 수 없다는 건, 아직 쓰지 못한 문장이 남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불면은 피로의 증거가 아니라,

내 안의 언어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이건 고요 속의 교향곡.

멈추지 않는 마음의 리듬이,

이 밤에만 들리는 모든 소리를 문장으로 번역한다.



"밤은 고요하지 않다."

[ 2악장 - 깨어 있는 밤의 리듬 ]

모든 것이 잠든 듯 보이지만,

공기 안에는 미세한 진동이 깃들어 있다.

시계 초침이, 냉장고의 숨결이,

멀리 지나가는 차의 엔진 소리가

하나의 박자처럼 내 심장에 맞춰 뛴다.


그건 피로와 열정이 한 몸이 되는 묘한 상태다.

몸은 무겁고 눈꺼풀은 떨리는데,

문장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세상이 조금 맑아진다.

잠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아직 깨어 있을 이유가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리듬을 따라 천천히 호흡한다.

오늘 흘려보낸 말들과 감정들이

작은 파편처럼 떠올라 내 안에서 부딪히고 반짝인다.

밤의 정적 속에서 문장들이 태동한다.

내면의 리듬이, 고요를 깨우며 춤을 춘다.


감정은 이 순간 살아 있는 생명체다.

불안은 두근거림으로,

외로움은 리듬으로 변해 흐른다.

나는 이 불면의 리듬 위에서 문장을 노래한다.

낮의 나보다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다음 날 눈이 감길 것 같아도,

이 시간을 멈추고 싶지 않다.

불면은 창작의 불빛이 꺼지지 않은 상태다.

잠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아직 쓰고 싶은 문장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 불빛이 완전히 사라질까 봐,

나는 조용히 또 한 줄을 적는다.


내 안의 교향곡이 연주되는 시간,

모든 감정이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

나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드는 음표들처럼 반짝인다.




이 글은 미완성으로 남는다.
내 안의 교향곡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 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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