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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민규 Oct 04. 2018

#05 골방에 처박혀 두문불출하고 책을 읽는 이유


하나를 배우면 열 개를 이해하는_숙독







 ‘숙熟’은 ‘익다, 여물다, 무르익다’라는 뜻이다. 즉 숙독은 무르익는 책 읽기로 정신의 성숙과 진리를 깨닫는 독서방법이다. 책을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지혜가 되고 진리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숙독의 이해도는 120% 이상이다.










진리는 본질을 정확히 인식해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숙독은 본질을 아는 독서라 할 수 있다특별히 인간과 삶사회국가이성동물자연에서부터 책독서정보지혜정직행복성공 같은 단어들에 대한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 숙독이다. 근본적인 본질을 알아야 변하지 않는 참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진리를 아는 것은 책을 이해하는 것을 뛰어넘는 행위이다. 120%의 이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토우지다카의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라는 책은 하시모토 다케시라는 선생님이 만들어 낸 기적의 교실이야기다. 하시모토는 나카 칸스케의 『은수저』라는 작품 하나를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들에게 천천히 읽게 하고 깊게 생각하는 독서를 가르쳤다. 그런데 조급한 마음을 가진 학부모와 학생들은 불평을 해댔다. 천천히 깊게 읽는 방법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다른 무엇에 도움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졸업반이 되자 도쿄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가 된 것이다그 한 권의 책에서 무엇을 얻은 것일까. ‘대물일점호화주의大物一點豪華主義가 그 답이다.
  

한 가지 가치 있고 질 좋은 것을 집중해서 철저하게 흡수하면 그것이 향후 모든 일의 바탕이 된다.










철저하게 파헤쳐서 하나를 알면 그것으로 파생되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데 훌륭한 기초가 된다. 본질을 깨우치는 숙독의 중요성을 압축해서 설명한 말이다. 학생들은 깊게 숙고하면서 사물의 근본적인 성질을 발견했다. 『은수저』를 통해 본질을 발견하고 응용하는 방법을 깨달아서 다른 과목에 적용할 수 있었다. 

숙독은 사색을 필요로 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온몸으로 읽어야 하는 행위이다. 하나의 목표에 기존의 지식과 지혜를 총동원하고 깊은 사색을 통해 본질을 알고 진리를 얻는 방법이다.
이런 독서방법은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을 연구하는 철학이나, 시, 예술 분야나 인문 고전에 맞는 독서방법이다. 또한 각 분야의 중요한 원리나 근본을 알려주는 깊이 있는 책도 숙독으로 읽어야 느리지만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숙독이 필요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정독으로 읽다가 깊은 사색이나 본질을 알 필요가 있는 부분만 숙독으로 읽으면 된다독서방법은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내 몸에 맞게 적절하게 조합하여 사용하면 된다. 특별히 깊은 사유가 깃들인 산문이나 수필을 숙독으로 읽으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정제할 수 없는 가르침을 글에 녹여낸 것이기 때문이다.










숙독은 천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깊게 읽는 방법이다. 숙독의 방향 또한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사색과 통찰을 통해 얻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음으로써 모든 내용을 통달하는 방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죽 훑어 읽는 통독을 다섯 번 하면 정독이 되고 열 번 하면 숙독이 된다. 이해가 부족하면 두 배를 더 읽으면 된다.
이처럼 독서하는 방법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지 일정한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애독가에게 독서법을 물어보면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독서법이 있음에도 책을 읽는 데 큰 도움이 안 되는 이유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독서의 방법과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독서법을 만들어가야 한다. 

독서의 유형으로는 T형 독서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다방면의 책을 읽다가 필요나 관심에 따라 한 우물을 깊게 파는 형식이다. T형 글자가 중복되고 굵어질수록 통찰력이 높아지고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입문서나 실용서를 가볍게 읽는 통독이 가로획에 해당되고 깊은 사색을 필요로 하는 숙독은 세로획의 깊이다.
통독하는 사람이 제너럴리스트라면 숙독하는 사람은 스페셜리스트가 된다. 남들보다 좀 더 많이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는 숙독은 자신을 책 전문가로 만드는 방법이다.
  
숙독은 천천히 글을 음미하며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면 행복감을 느끼듯이 음미하며 읽는 숙독에는 즐거움이 있다. 본질을 알아가는 기쁨과 진리를 발견하는 쾌감이 가득한 독서다. 독서의 진정한 맛이 여기에 있다. 독서광들이 골방에 처박혀 두문불출하고 책을 읽는 이유이다. 











숙독은 느리고 얻는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로 본질을 앎으로써 훨씬 광범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숙성될수록 진가가 발휘되는 깊은 사색과 시간이 필요한 독서가 숙독이다어느 정도 독서 수준에 이른 사람은 숙독의 맛을 알고 읽는 시간보다 사색하는 시간에 비중을 높인다. 본질을 알고자 하는 지적호기심이 발동하고 생각을 숙성시키는 시간이다. 깊이 사색하는 숙독은 위대함을 낳는 독서다. 조지 버나드 쇼의 의미심장한 말을 들어보자.   

일 년에 두세 번 이상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숙독은 한 가지를 깨우쳐 전체를 볼 수 있으며, 깨우쳐 알게 한다. 평범함 속에서 진리를 깨닫고 싶다면 숙독을 권한다.  
    

단단한 나를 위한 
자기만의 독서법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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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필요한 순간
저자 황민규
출판 미디어숲
발매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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