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경훈 Mar 14. 2023

대안학교를 나오며 2

대안학교 교사의 학교 생활

3. 일선 대안학교의 생활       

        

일반학교에서 교사는 크게 교과교육, 행정, 생활지도라는 세 가지의 업무를 수행한다. 대안학교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행정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래도 대안학교에선 가장 적다. 어느 정도 형식과 절차는 물론 있지만 결국 공직사회인 공교육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 강도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데 이유는 후술하겠다.      


일단 교과교육부터 살펴보자. 내가 있던 광주의 지혜학교는 주지교육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강조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국어(글쓰기나 낭독, 독서토론 등), 영어, 수학, 사회, 역사, 체육, 과학, 철학 등의 교과가 배치되어 있으며  5교시와 6교시는 독서세미나, 7교시와 8교시는 개설된 선택수업을 학생들이 이수하는 방식이었다. 선택수업은 학생들의 요구와 선생님들의 개설 가능여부(강사 초빙여부)에 따라 교과심화부터 취미활동까지 다양했는데 시간표를 구성해 보자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화요일)                                                         (수요일)     

1교시. 사회                                                     1교시. 철학     

2교시. 사회                                                     2교시. 철학     

2교시. 수학                                                     3교시. 과학     

3교시. 수학                                                     4교시. 과학     

점심시간                                                         점심시간     

5교시. (독서세미나) 자유론                                 5교시. 소피의세계     

6교시. (독서세미나) 자유론                                 6교시. 소피의세계     

7교시. (선택수업) 대중음악사                              7교시. 국궁     

8교시. (선택수업) 대중음악사                              8교시. 국궁               


1교시부터 4교시까지는 일반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5~8교시가 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광주에서는 각 종교의 영성수업인 '지혜'교과와 명상, 생태(농사) 등이 학년에 따라 배치돼 있었다. 다른 대안학교의 경우 주지교과 대신에 '별자리 익히기', '요가와 필라테스' 등의 교과들이 배치된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가 생태를 강조하기에 생태, 농사에 관한 활동은 꼭 들어가 있는 편이다. 또 도심형 대안학교가 아닌 이상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가 많아서 대부분 토요일도 동아리 등의 정규활동이 채워져 있다. 고로 대안학교의 교사들은 토요일에도 출근해야 한다. 물론 공휴일도 마찬가지, 달력에 빨간날이라고 쉰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이상 대안학교 교사는 출근을 한다. 그렇다고 교사가 쉬는 날이 공교육에 비해서 적지는 않다. 방학이 긴 편이며, 아이들이 귀가하는 주에는 조금 여유가 있으니 결국 일수로만 보면 비슷하게 쉬고 비슷하게 일한다.


열린 주간은 대안학교의 꽃이다


그리고 대안학교에는 열린 주간이란 일정이 있다. 열린 주간은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그렇고 여러모로 대안학교의 꽃이다. 열린 주간이란,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달에 한번 꼴로 '열린 체험'을 하는 것이다. 열린 체험이란 무궁무진한데 예를 들어 '도보기행'이나 '자유여행', '영화제 참여와 영화 만들기, ' '연극 만들고 공연하기', '캠핑', '인문학 캠프' 등등이다. 보통 정해진 활동들도 있지만 교사의 아이디어와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펼쳐지며 정해진다. 짧게는 3박 4일, 길게는 근 2주가량을 아이들과 밖에서 생활한다. 열린 주간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교사가 어느 정도 판을 짜지만 실행은 학생들까지 함께 참여하여 진행된다.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은 그저 따르기만 하고 떠먹이는 존재가 아니다. 간혹 가정이 있는 교사들은 열린 주간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안학교의 꽃은 열린 주간이다.


4. 공동체 생활

교사와 학부모는 대안교육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지다.


어느 대안학교에 가더라도 '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와 3주체라는 말을 빼놓을 수 없다. 대안학교의 생활은 교사, 학생, 학부모의 3주체가 민주적으로 소통 속에서 이뤄진다. 대안학교에서 교사의 권위는 전적으로 학생들에 의해 주어진다. 학생이 어딜 말대꾸? 학생이니까 따라야지라고 생각한고 대안학교에 온다면 아마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대안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보호자이며 교육자고 때론 친구며 가족이다. 교사들의 업무실인 교무실 역시 학생들은 편히 여기며 어려워하지 않는다. 밥도 함께 먹고 함께 놀며 함께 이야기한다. 참고로 내가 있던 학교의 교무실은 아이들의 사랑방이었다. 정말 문자 그대로.


교사 간의 소통구조 역시 상당히 민주적이다. 아마 현존하는 그 어느 직장보다도 대안학교가 민주적인 소통구조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원치 않아도 따라야 할 일은 있겠지만 의견을 내지 못할 일은 없다. 어떤 순간에도 그건 옳지 않고 잘 못 됐다며 말할 수 있다.


학부모와의 관계 역시 특별하다. 늘 평화롭고 좋기만 하다고 할 순 없지만 대안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는 학교와 학생을 위해서 함께하는 동지에 가깝다. 학부모는 열린 주간은 물론 학교의 시설 보수까지 내외로 학교와 교사들을 도와주기에 교사들이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돈독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체육대회나 축제같이 큰 행사에는 말 그대로 3주체의 잔치가 벌어지며 밤늦게까지 웃고 마시고 논다.


5. 기타 FAQ


어떤 학생들이 대안학교에 오는가? 

 - 위탁형인지, 인가형 특성화 대안학교인지, 종교계열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있던 곳을 기준으로 하자면 일단 학부모님들 중에 평소 대안교육, 대안적 삶에 관심을 많이 가지신 분들이 보내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중 자신들의 자녀에게 맞는 학교 특색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광주 지혜학교는 철학, 인문학 대안학교였기에 책 읽기를 좋아하고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다.


학년제는 어떻게 되는가?

 - 무학년제인 경우도 있고, 중등/고등이 나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지혜학교는 6개 학년이 각각 기초과정 2개학년, 본과정 2개 학년, 심화과정 2개 학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교사의 출퇴근시간은?

 - 기본적으로 8시 반 출근에 점심시간 2시간을 업무시간에서 제외하고 오후 18시 퇴근이었다. 다만 사실상 점심시간 2시간은 근무를 안 할 수가 없는 환경이며 출근은 그렇다 쳐도 당직근무를 스거나 그냥 일이 많아 늦게 가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모 대안학교의 교사의 말을 빌리자면 '대안학교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란 것은 없다'

참고로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시골에 위치해 있기에 자차가 있어야 출퇴근에 용이하며, 학교에 따라 비어있는 관사가 있다면 그곳에 거주하며 출퇴근할 수 있다.


대안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 공교육과 달리 특별히 다른 자격이 필요하진 않다. 사범대나 교대를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대안교육의 이념에서 교사란 학교에서 함께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교사로 길러지는 것이다. 고로 학생이 졸업하자마자 대안학교의 교사로 오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으며 교사들의 전직이 다양하다. 단, 현실적으로 대안학교 교사 지원률이 낮기 때문에 채용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무시할 순 없다.


교사의 봉급은?

 -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다. 대부분의 비인가 대안학교는 전액 학생들의 사비로 운영된다. 거기에 열린 주간은 또 별도의 비용을 걷는다. 고로 시설이 말도 못 하게 열악함은 물론 쾌적한 업무환경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업무를 위해서 본인의 사비를 쓰는 교사도 상당히 많았다.(예컨대 사무용 컴퓨터 구입, 의자구입 등등) 그렇다보니 월급은 사실상 최저임금 혹은 그 아래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광주의 지혜학교는 전국 대안학교 중에서 가장 급여가 높은 편이었지만 달에 200을 간신히 맞춘 정도였고 그나마 당직이나 야근 등 기타 수당은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호봉이 있긴 하지만 호봉으로 인한 차이가 크지 않은 편. 업무시간이나 강도에 비해선 당연히 적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완전 못 살정도는 또 아니긴 하다. 물론 저축이나 기타 투자는...


<다음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대안학교를 나오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