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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암환자 May 01. 2023

항암치료 부작용 탈모... 결국 머리를 밀어야 할까?

머리 숱 1/6 정도가 남았다.

요즘 거울 속 내가 보기 싫어진다.

그래서 자연스레 카메라로 나를 찍는 순간들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내 모습이 다른 사람의 카메라에 담기는 것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두려워졌다 라는 표현이 맞을까?

요즘 사진을 찍으면 사진 속 내 머리카락만 보인다.


이미 작년 12월에 수술 후 다시 간에 암이 보이는 덕에 항암치료를 다시 하는 것이 확정이 되면서 들었던 부작용으로 탈모가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2월까지는 꼿꼿이 버티던 머리카락이 3월즈음부터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같이 머리를 쓸어넘길 때마다 빠지지는 않았다. 대신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한움큼씩 빠졌다. 어느날은 조금, 어느날은 많이. 그리고 많이 빠지는 어느 날들이 모여서 지금 내 머리는 전체 숱의 6분의 1정도가 남은 것 같다.



탈모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 날, 그날 나는 펑펑 울었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케모포트를 삽입했을 때보다, 첫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다.



차라리 수술 후 남은 난소 하나를 가져가고 머리카락을 지킬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참 많이 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탈모라는 부작용을 내 삶속에 들여왔다.



그렇게 이 탈모라는 동행자를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본 현실은 조금 더 슬펐다.


사실 나는 내가 머리카락이 빠져도 당당해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다.

"나를 어떻게 보든 나만 당당하면 되지. 그리고 가발도 있잖아?"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발을 써도 내 자신감은 가끔 낮아졌다.

아직 가발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언제 가발이 어떻게 될지 몰라 더 그랬다.



이제 정말 가발을 써야겠다 라고 생각했을 때는 내가 찍었던 내 머리사진을 보고 나서였다.

앞머리, 옆머리를 드라이를 하고 그래도 나름 남아있는 머리 숱에 비해 풍성해보여서 정말 이대로 나가도 괜찮은가 하고 윗머리를 찍어본 적이 있다.




이 사진을 찍은 순간 정말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오... 이제는 정말 가발이 필요했다.



예뻐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예뻐보이고 싶을 때는 더 그랬다.

이미 내가 항암치료를 하는 것도 알고, 항암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도 알고 시작한 관계여도.


나는 내 생각보다 더 예뻐보이고 싶었나 보다.


키가 나보다 18센치정도 큰 분을 만날 때 늘 내 윗머리를 먼저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분을 만날 때마다 내 머리 상태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분이 "나는 상관없어. 너가 어떤 모습이던 다 예뻐." 라고 해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같이 있다가 갑자기 가발이 훌러덩 벗겨지면 어떡하지. 너무 더워서 가발을 벗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나도 어떤 말을 그분에게 듣고 싶은지 모르겠는 순간들이 요즘 너무 많다. 보여주기 싫은 마음과 나를 이대로도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 그런데 정말 머리를 밀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그 때 나는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줄거라는 마음보다 나는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큰걸까.


어쩔 수 없다.

왜냐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예뻐보이고 싶은건 너무 당연한 거니까.


이렇게 좋아지기 전에 멈췄어야 하는걸까.


나는 여전히 겁쟁이다.



자꾸 무언가가 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 전에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던 것도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자꾸만 검어지는 손가락을 볼 때마다 주먹을 쥐며 손가락이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한다거나, 다른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괜히 손을 감추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이 우울해지면 우울해질수록 괜히 더 옷을 화려하게 입기도 했다.




요즘 이렇게 마음이 싱숭생숭이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부작용으로 탈모가 있을 거라고 말을 들었어도 머리카락이 막상 빠지지 않아 안도했던 순간도.

그 순간이 지속되기를 바랐던 나도.

그리고 내가 바라지 않았던 순간들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도.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나의 순간들이니까.


나는 그 순간들조차 사랑하고 소중해하고 싶은데.


요즘은 그냥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다.



쉼과 여유가 필요한 시기일까.

내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자꾸 만나야 하는 시기일까.

둘 다일까.



나는 여전히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




P.S

아참,

항암가발, 가발추천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글 보고 가세요!

(내돈내산 가발 브랜드 추천 있어요!! 저는 요즘 패션용으로도 쓴답니다. 심지어 오늘 또하나 샀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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