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귤 박스를 선물 받는다는 것은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나죽기전에 한번 와라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니"

겨울 초입 주말 시댁의 구순다되신 작은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다.


"아들내미 데리고 꼭 와

그리고 귤 박스 잘 받았다"라고 하신다.

'뭐지 우리도 박스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시동생이 제주도 서귀포 귤 농장에서 사서 형 이름으로 친척들에게 보 낸 것이었다.


매년 형제들 회비로 산귤 을 나눠 먹긴 했지만 이렇게 어른 전화를 받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형제들 친목 비로 사서 보내기는 하지만 시동생의 장남인 형 이름으로 보내 주는 그 마음이 예쁘다.


'일일이 기억하고 주소 적고 할 때 그분들을 떠올렸겠지'


주황색 귤이 베란다에 식탁 위에 그득하게 있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하하 귤 부자'


베란에 있는 귤을 하나 까서 먹으니 새콤 달콤한 것이 맛이 조화롭다.


작은 어머니는 아마도 귤을 드시며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나셨을게다.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몇 년 전에 돌아가시고는 윗세대 어른들을 찾아보는 연결고리가 소원 해졌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귤이지만 새콤달콤한 맛있는 귤을 만나는 것은 정말 복불복이다.


어떤 것은 보기에는 좋아도 껍질만 두껍고 맹탕인 맛도 있으니 말이다.


쌀쌀한 초겨울에 선물 받은 맛있는 귤 박스가 참 든 든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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