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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곶사슴 Sep 06. 2023

퍼포먼스 마케팅하면 퍼포먼스가 좋아지나요?

그렇기도 그렇지 않기도

측량을 기반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매체가 다양해지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툴이 쉬워지면서 기업은 스스로, 또는 대행사를 통해 여러가지 콘텐츠를 만들게 됩니다. 만드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고 피드백을 주면 좋겠지만, 아무리 콘텐츠를 만들어도 새로운 사람이 와서 보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체를 사서 뿌리는 행위 - 광고라는 것을 운영해야 하죠.


4대광고로 불리우는 고전적인 광고 - 신문, TV, 잡지, 라디오에서는 성과 측정이라는 것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매체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지, 대충 몇 명에게 광고가 전달되었을지 ‘추산’할 수 있겠지만, 몇 명이 확인했고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숫자로 파악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역 10번출구에 옥외광고를 진행한다고 해보죠. 성과 측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몇 명에게 노출되었는지는 대략 유동인구를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정답이 되지는 않죠. 약속에 늦어서 헐레벌떡 올라갔다던가, 핸드폰을 보면서 걸었다던가 다양한 이유로 그 자리에 있는 광고를 보지 못했을 이유가 생겨납니다.


당장 오늘 길을 걸으면서 본 광고는 몇 개가 있는지 기억할 수 있나요? 버스 정거장, 건물 벽, 게시판, 전봇대의 불법광고, 현수막 등등 수많은 광고가 자신의 자리에서 우리를 유혹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그것들을 보지 못합니다. 봤지만 인식이 안 됐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옥외광고를 다루는 사람들끼리는 옥외 광고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뭔가가 나타난다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무튼 현재 기술로는 불가합니다. 관심법을 마스터한 궁예도 그것만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 - 특히 페이스북을 위시한 온라인 매체의 발달은 광고에 돈을 쓰고 그 성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내 콘텐츠를 노출시켰을 때 얼마나 많은 고객들에게 보여졌는지, 몇 명이나 클릭을 했는지, 더 나아가 광고를 보고 들어온 고객이 내 서비스 안에서 어느 단계까지 행동하는지도 측정할 수 있게 되었죠.


이는 광고시장에서 정말 큰 변화가 되었습니다. 고객들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개인정보를 기꺼이 내주었고 - 사실은 동의한 적이 없지만 플랫폼이 그것을 자유롭게 캐냈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 플랫폼은 고객 한 사람의 인적 정보와 취향, 최근에 뭘 보고 돌아다녔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까지 프로파일링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도 못한 것을 기업이 해냅니다.


그렇게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마케팅 기법이 크게 유행하고 관련 회사가 우후죽순 늘어났으며, 기업들은 퍼포먼스 마케터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광고 플랫폼이 나온지 3년째에 10년차 페이스북 마케터를 구한다거나 진짜 난리도 아니었어요.



실험과 결과가 실시간으로


실시간으로 (실제는 하루정도 걸립니다)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마케터와 회사에게 필요한 것을 더 빠르게 가져와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앞서 설명했던 퍼널구조의 각 단계는 수치와 비율을 통해 계산하게 되는데, 퍼포먼스 마케터의 존재는 원하는 구간, 원하는 캠페인에 대한 퍼널 숫자를 정확하게 - 그것도 빠르게 확인하면서 고속성장을 꿈꾸는 사측의 마음에 불을 지폈습니다.


퍼포먼스마케터가 자신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실험 기법은 AB테스트입니다.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A,B 안 중 더 인기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말해요.


회의실에서 두 마케터가 싸웠다고 합시다. 다양한 이유로 싸울 수 있겠죠. 멘트를 가지고도 싸울 수 있을 것이며, 디자인 레이아웃이나 예산을 가지고도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회의실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두 개 모두를 선택할 수 있는거죠. 


‘일단 두 개 다 틀어보고 더 잘 되는 것을 밀도록 합시다' 내기같이 이야기를 했지만 이런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불과 10여년 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꼭 광고 소재가 어떤 것이 좋은지를 체크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 고객에게 먹히는 테마, 제품 이미지 등등


마케팅은 크고 작은 캠페인을 운영하게 되는데, 같은 기간동안 각 캠페인의 성과 수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잘 되는 캠페인은 유지하거나 예산을 더 밀어주고, 그렇지 않은 캠페인은 쳐내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게 이론상으로 잘 된다면 기업은 마케팅 비용을 최적화하면서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데이터-드리븐 스럽고 하이테크한 기술을 쓰는 것 같지만 사실 퍼포먼스 마케터는 온라인 광고 플랫폼을 다루는 사람을 퉁쳐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략 중심의 마케팅 관리자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불리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왤까요?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


이론상 기업에게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줄 것 같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은 다양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데이터는 때때로 실망스럽지

굉장한 인사이트와 결론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데이터는 의외로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막상 데이터를 뜯어보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생각보다 사람들의 직관은 정확한 편이에요. 그렇다보니 데이터를 쳐다보고 있는 일에서는 ‘현타’를 느끼기가 쉽습니다.


선임 마케터나 대표가 데이터가 하는 말을 듣지 않는 경우도 많죠. 왜 높으신 분들 중에서는 ‘그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내가 시장 뒤집기를 해냈다’ 라는 멋에 도취되어있는 분들도 계시죠. 이런 분들을 만나면 우리의 데이터 탐구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되고 맙니다.


즉슨, 퍼포먼스 마케팅의 데이터라는 것은 그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일 뿐이지 의사결정 그 자체가 되지 못한다는 약점을 가지게 됩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

어제 잘 된 마케팅이 오늘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뭐든 타이밍이 중요한데, 실험을 하느라고 그 타이밍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실험’이라는 것에는 큰 돈과 시간이 부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는 실제 결과와 차이가 있을 수 있죠.


퍼포먼스 마케팅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AB테스트만 해도 그래요. AB테스트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은 멋있어보이지만 사실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실험은 두 개가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결과로 귀결됩니다. - 정말로 차이가 날 것이라면 이미 기획 회의 단계에서 결론이 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케터나 디자이너들도 경험과 생각이 있는데 고객 행동이 나오기 전에 직관적으로 아는 것도 있어요.


플랫폼의 신뢰도도 문제가 있습니다. 페이스북 등 플랫폼을 통해 AB테스트를 진행하면 두 실험군 사이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이 섞여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소재는 같은 기간동안 1000명에게 보여졌고, B소재는 100명에게 보여졌습니다. 그런데 A를 클릭한 사람은 25명이고 B 소재를 클릭한 사람은 4명입니다. A는 2.5%, B는 4%니까 B가 더 우수한 광고일까요? 글쎄요. 일단 노출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플랫폼에 물어보면 ‘AB테스트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때 까지 시간과 돈을 충분히 쓰셔야 해요’라는 답변을 듣게 되는데요. 지금 당장 실적을 내야 하는 마케터들에겐 회사 돈을 쓰면서 그것을 기다리고 있을 여유는 없습니다. 결국 실험은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내부적으로 반응이 좋은 캠페인에 힘을 실을 수 밖에 없게 되죠.


이제는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

과거 페이스북과 구글은 자신의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신나게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선거 등 부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들통나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늘어났습니다. 결국 애플은 앱 내에서 일어나는 고객의 추적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막고, 고객이 원할 때에만 전달할 수 있는 구조로 변경했습니다. 애플이 시작하니 구글도 그렇게 되었죠. 내 정보를 플랫폼에게 제공할 것인지 물어봤을 때 기꺼이 그러겠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거예요.


자연스럽게 퍼포먼스 마케터가 수집하는 데이터의 정확도는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처럼 정밀하게 타겟팅하기 어려워지니 광고의 ROI - 효율도 떨어졌죠. 페이스북이 날카롭던 시절의 마케터들은 요즘 광고 효율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에 다들 동의할거예요. 플랫폼의 피로도가 높아지기도 했구요.


숫자에 담기지 않는 것들

마케팅은 생각보다 숫자가 아닌 것에 좌우되는 일이 많습니다. 날씨, 시간, 그날의 기분과 오늘의 뉴스, 국제 정세까지도 고객의 심리에 영향을 끼칩니다. 엑셀 시트 안의 숫자로 그런 것들을 파악할 수는 없어요. 초록색 배경을 쓰는게 더 나은지, 노란색 배경을 쓰는 것이 더 나은지를 고민하는 것 보다 숫자 너머의 것을 거국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단계가 온 것입니다. 영화나 만화를 봐도 숫자에 함몰된 캐릭터는 별로 멋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안 할 것인가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분야 - 정확히는 마케팅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이제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 되었습니다. 지난 수십, 수백년동안 마케터들이 하고 싶어도 못하던 것을 우리 손에 쥘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이것을 잘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케터로서 큰 것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것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좋은 부분을 생각해야 해요. 데이터라는 것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 얻는 데이터는 높으신 분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의 클릭같은 단순한 지표보다는 고객의 행동 데이터가 특히 그러한데요. 서비스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단계별로 파악하고 정리하면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느 지점에서 고민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이것은 경영상 다음 스텝을 생각하는 좋은 지표가 됩니다.


효율을 만들 때

마케터로 일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광고 매체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게 됩니다. 자신들의 지면에 광고를 한 번 진행해보시라면서 연락을 취해오는데, 대부분은 쓰게 될 일이 없지만 가-끔 새롭게 시도해볼만한 어떤 것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 이럴 때 퍼포먼스 마케터는 지면을 이용하고 그 데이터를 수집해 해당 매체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해봤는데 개똥같았노라고 이야기할 구실도 만들 수 있구요.


퍼포먼스 마케팅이 저문다고 해서 그 분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슬프게도, 이제는 모두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지금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고 계세요? 굉장한 기회를 잡고 계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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