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에서 자식이 공무원에 합격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시대로 치면 국가의 녹을 받고 일하는 관리가 된 것이니 지위 상승의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고,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적어도 굶어죽진 않겠다는 안도감일 수도 있겠습니다. 굳이 반박을 하자면 지위 상승의 측면은 엄연히 과거의 시선일 뿐입니다. 민주주의 시대에서 공무원은 하나의 직업에 지나지 않죠. 또한 안정적인 직업을 갖더라도 돈을 다 잃고 심지어 압류까지 당하는 공무원들도 생각보다 꽤 존재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 그럴 일이 잘 없으나, 주식, 코인 같은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불법 도박을 몰래 하다 쪽박을 차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인기를 끈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무원연금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 세대라 하면 50~60대로 한정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 주변에서 공무원으로 퇴직한 비슷한 나이의 지인들이 월 250~300만원씩 꼬박꼬박 받는 것은 엄청난 혜택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만약 내 자식이 공무원이 된다고 하면, 죽을 때까지 월급 받듯 돈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여생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겠죠. 공무원이었던 부모가 자식에게 공무원을 많이 권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막상 공무원이 되면, 듣던 것과 정말 많이 다름을 체감하게 됩니다. 심지어 연차가 쌓인 40~50대 공무원 선배들은 신입들을 안타깝게 쳐다보며 말합니다. "너흰 연금 박살나서 어떡하니..." 그 말을 밥먹듯이 듣는 MZ세대 공무원들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 뭔가 많이 잘못됐는데?'
공무원이 공직에 종사함에 따라 공무원연금의 영향을 받듯, 일반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영향을 받습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나열해보면, 먼저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잘 알려진 한 가지는 각각 연금공단에서 연금을 관리하고 지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데, 수급자 증가와 자금운용 적자 등에 따라 조만간 고갈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연금의 종류가 달라서 그렇지, 모든 국민에게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는,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연금 역시 국가와 개인이 반씩 부담한다는 점입니다. 공무원도 어떻게 보면 국가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연금을 사측과 같이 부담하는 국민연금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2년에 국민연금 수급액은 평균 53만원, 공무원연금 수급액은 평균 248만원이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수급액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크게 세 가지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째, 평균 가입 기간의 차이입니다. 국민연금의 평균 가입 기간은 2019년 기준 17.4년이지만, 공무원연금은 26.1년입니다. 둘째는 보험료율의 차이입니다. 국민연금은 매달 소득의 9%를 직장인과 사측이 4.5%씩 부담하지만, 공무원연금은 무려 소득의 14%를 국가와 반씩 부담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급율입니다. 국민연금은 총 납부액의 1%를 수령하지만, 공무원연금은 1.9%만큼 수령합니다. 더 많은 기간 동안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고, 거기에 지급율의 차이도 있으니 당연하게도 수급액에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쨌든 공무원들은 나중에 많이 받는 거 미리 많이 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드실 수밖에 없습니다. 오래 살면 살수록 이득인 건 부인할 수 없겠네요. 다만,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이치에 대해 감히 먼저 말씀드리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내부와 외부로 나뉩니다. 그 자체로서 무언가가 존재하고, 그것을 둘러싸는 환경이 있는 것은 당연하죠. 그리고 내부와 외부는 서로 영향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면서 변화를 통해 더 나은 방향이든, 그렇지 않은 방향이든 어쨌거나 나아가게 됩니다. 이 이치를 뒷받침해줄 예시를 든다면, 공무원연금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공무원이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일단 공무원연금 자체만 보면, 공무원연금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개혁이 진행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개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무원기여율(보험료)이 14%에서 18%로 상승, 지급률이 1.9%에서 1.7%로 단계적 감소, 재직 기간 최고 상한이 33년에서 36년으로 증가, 연금개시연령이 즉시에서 퇴직 후 5년으로 단계적 연기. 즉 '더 길게 더 내고 나중에 덜 받는 구조'로 개혁이 추진되는 겁니다. 특히 본인부담금이 7%에서 9%로 늘어난 것은 꽤 크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개혁안이 통과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연금의 보유액이 펑크가 날 경우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메꾸게 되는 모습이 개혁의 필요성으로 연결된 것이겠죠.
그런데 여기서 끝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직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고 있죠. 불리하게 변경된 공무원 연금개혁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기준으로 지속 개혁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도 가속화되는 현재, 국민들 중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공무원 수는 전체 국민 중 작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다수의 표를 얻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또다시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에게 불리하게 개혁을 또 단행하고,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외부에서 공무원연금에 압박을 행사하면 공무원연금의 개혁이 단행되고, 공무원들의 연금 수급액이 줄어든 후에는 또 외부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의 연금수급액은 계속 줄어들고,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들은 입직하자마자 사기가 확 꺾이게 되겠죠.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MZ공무원은 현재를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벅차게 느껴집니다. 기본급이 181만 5천원이고 비록 수당이 몇 가지 붙지만, 2024년 기준 9급 공무원은 매월 16만 4천원 정도를 기여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더 많이 낸 젊은 공무원들은 30년 동안 악착같이 버티면, 퇴직 후 매월 134만 원 정도의 연금을 수령하게 됩니다. 1996년에 임용된 9급 공무원이 30년 일하면 193만원을 받는데, 무려 60만원이 감소한 금액입니다. 오죽하면 구독자 42만 명 이상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충주시 공무원 김선태 주무관도 어떤 콘텐츠에서 공무원연금을 그냥 국민연금이랑 합치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입니다. 신규 MZ공무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탈출 버튼을 눌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밖에서 들었던 것보다 상황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으니까요.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본인 책임이다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내용은 각 잡고 찾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사실이기도 합니다.
연금 적게 받는다는 이 글이 어쩌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MZ공무원들이 적어도 '너흰 나중에 연금 많이 받잖아'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은 앞으로 상승 여력이 없는 주식 종목에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월 250~300만원의 공무원연금을 받는 분들은 '과거'의 공무원일 뿐이며, 현직 공무원들은 많지도 않은 월급을 쪼개서 금융권에서 판매하는 개인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단순히 재테크를 통해 내 돈을 불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도 미래가 많이 착잡하네요.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는 시기가 연금 운용에 있어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부디 냈던 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각각 수익을 더 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