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좋아했 던 것 같다. 모든 어린이는 그리기를 좋아하지 않나? 어른이 돼서 계속 그림을 그리지 마는지의 차이인 것 같다.
2016년 참여연대에서 하는 '서울드로잉' 모임에 가입했다. 10회 과정이었고 마지막에 전시회도 함께 열었다.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스케치하고 수채 물감으로 칠했다. 마침 그해 셀프 안식년이었고,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했다.
처음으로 그리기의 매력에 빠졌다.
몇 시간 동안 몰두해서 사물을 관찰하고 그렸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림 하나를 완성하려면 10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서 그런가, 이런 몰입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수채화를 시작해서, 아크릴, 오일파스텔, 유화를 배웠다.
뭔가 마음 수양이 필요할 때 스케치북을 든다. 몇 시간 씩 그림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라고.
요새 디지털 드로잉이 유행이다. 작년에 사놓고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와콤 패드를 꺼냈다. 그림 프로그램을 깔고 더듬더듬 디지털 드로잉에 도전하고 있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원데이 클래스라도 신청했을 텐데 지금은 유튜브를 보며 독학 중이다.
그림을 배우면서 깨달은 건, 누구한테 배우기 전에 내가 직접 그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림은 정답이 없다. 실천만 있을 뿐이다.
2024년 2~7월 그림책학교를 등록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림책을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 등록했는데, 알고 보니 제대로 예술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아트스쿨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다양한 재료, 소재, 화가들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아직 예술가가 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걸.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걸. 직장인 신분을 벗고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게 되면, 그 때 제대로 아트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하고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오히려 그림책학교를 다니면서,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더 솟아났다.
역시 그림은 취미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