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센터

블라인드 회장 선거 (1)

by 나호란

사방이 개 짖는 소리로 민아는 귀가 터질 것 같았다.


‘린은 왜 안 오지? 항상 10분 먼저 와서 기다리면서…….’


민아는 동물보호센터 앞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펜스 뒤에서 개들은 낯선 사람이 오는 것을 감지했는지 한쪽에서 짖기 시작하면 반대편에서 경쟁하듯이 더 큰 소리로 짓는다.

동물보호센터는 개들의 소음 때문에 대체로 도시 외곽이나 시골에 자리 잡게 된다. 도시에 이런 시설이 있다면 개 짖는 소리로 민원이 끊이질 않을 것이다. 민아가 토요일 아침에 동물보호센터에 온 이유는 순전히 린 때문이다.


‘린 아니면 누가 개똥 치우는 걸 좋아하겠어?’


민아의 절친 린은 일 년 넘게 매주 동물보호센터에서 봉사하고 있다.

린이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고민아, 미안. 동생 축구 시합 들렀다 오느라고 늦었어.”


민아는 린을 3학년 때부터 알게 되었다. 사람보다 동물과 있는 게 더 편하다고 린은 얘기했지만 유일하게 민아에게만 곁을 내주었다. 학교에서 자발적 외톨이였던 린을 민아는 단번에 친구로 삼았다. 민아는 누구보다 정의감이 넘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린이 좋았다. 아이들은 린을 진지충이라며 놀리고 멀리했다. 민아는 그런 아이들이 더 이상했다. 진지한 게 놀림감이 되면 가벼운 건 미덕인가? 민아는 늘 덜렁대고 사고를 치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서 언니 같고 사려 깊은 린의 모습이 좋았다. 민아는 특별히 관심 있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10분이나 늦었어. 빨리 올라가자.”


민아는 린의 팔짱을 끼고 세 층으로 이루어진 동물보호센터 건물로 들어갔다. 센터는 공간이 부족해 유기견과 유기묘를 다 수용할 수 없어 복도까지 철장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지나칠 때면 민아의 마음은 가라앉아 버렸다. 이 아이들에게 좋은 가족이 하루빨리 생겨야 할 텐데 입양되는 아이들보다 버려지는 동물이 훨씬 많은 것 같았다. 민아와 린은 담당 선생님을 찾아 인사하고 2층에 있는 고양이 방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캣타워가 벽 쪽에 있고 4개의 고양이 집이 있는 방 안을 민아는 둘러보았다.


“금별이 어딨지?”


개냥이라 부를 정도로 사람들을 따르는 삼색 고양이 금별이가 민아 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금별이는 센터에서 가장 오래 지낸 12살 노묘다. 꼬리와 앞다리가 기형으로 태어나 길거리에서 힘겹게 살다가 구조되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인데 금별이는 일찍 구조되어 10년 넘게 센터에서 살고 있다. 금별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둔한 몸으로 항상 먼저 다가와 관심 가져달라고 졸랐다.


“지난주부터 구내염 때문에 고생하던데.”


린도 금별이 곁으로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센터의 고양이와 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는 린이다.


“어떡해…… 많이 아프겠다.”


민아는 금별이가 걱정이 되면서 동시에 자신은 절대 고양이를 키울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민아는 식물 하나 제대로 키운 적이 없다. 반려 돌도 키운다는데 세상에는 민아 같은 똥손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었다.

린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금별이는 성격도 좋은데 다리가 기형이라고 입양도 못 가고 너무 안타깝다. 자, 금별이가 좋아하는 츄르 챙겨왔지롱.”


금별이는 노묘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초롱초롱한 눈으로 츄르 앞으로 잽싸게 달려왔다. 다른 세 마리 고양이도 어느새 린 곁으로 다가왔다.


“이건 구내염 예방에 좋은 츄르야. 많이 먹어.”

“와! 그런 것도 있어. 역시 예비 수의사는 다르구나.”

민아는 세심하게 간식까지 챙겨온 린이 대단해 보였다.

“나 어쩌면 금별이 입양할 수도 있어.”

“진짜?”

민아는 고양이 화장실의 똥을 치우며 민아를 돌아보았다. 린 어머니는 아이 셋을 키우는 것도 힘들다며 고양이 키우는 것을 결사반대했었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일 등을 하면 엄마가 고양이 키우게 해준다고 했어.”

“진짜?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어?”

누구보다 린을 믿지만 린은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 과목만 열심히 공부하고 나머지 과목은 민아보다도 성적이 안 좋았다.

“성적 아니면 엄마가 꿈쩍 안 하니까. 금별이 죽기 전에 같이 살아보고 싶어서.”

“그래, 너 금별이 키우게 되면 내가 매일 가서 똥 치워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