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영화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2005년에 쓴 책 <남이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가 가장 알려진 작품이다. <나를 보내지 마>는 2010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매 순간 주인공의 감정변화를 면밀히 보여주고 토미, 루스 심지어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세히 보여준다.
1부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2부와 3부에서는 굵직한 사건들이 있어 읽는데 훨씬 수월하다.
반면 영화는 감정표현 보다는 캐시, 토미, 루스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루스의 동기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원작에서는 주디 브릿지워터의 <Never Let Me Go> 에 얽힌 에피소드를 중요하게 다룬다.
기숙학교 헤일셤에서 캐시가 이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는 장면을 '마담'에게 들켰고, 카세트 테이프가 분실되자 이를 계기로 루스와 캐시의 우정이 공고해진다.
노퍼크에서 토미가 캐시의 잃어버린 카세트 테이프를 찾아주는 과정은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토미가 얼마나 캐시를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는 어린시절에 토미가 캐시에게 카세트 테이프를 선물하는 것으로 단순하게 처리된다.
소설에서 헤일셤에 관한 내용은 1부 전체를 차지한다. 하지만 소설에서 묘사된 헤일셤은 영화처럼 이상한 곳은 아니었다. 에밀리 교사도 영화에서 처럼 직설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헤일셤 출신 복제인간은 최상의 대우를 받는 존재라는 것을 소설에선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또한 영화에서는 복제인간들의 미숙함을 훨씬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가령 루스, 캐시, 토미가 루스의 '근원자'를 찾으러 가는 장면에서 이들이 한번도 '진짜 사회'에 나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식당에서 주문하는 장면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음식 조차 선택할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보호 받고 '미성숙' 한지 보여주고 있다. 창문을 통해 루스의 '근원자'를 보는 장면도 비슷하다.
소설에서는 묘사를 통해 어렴풋이 이들의 '아이다움' '순진함'을 느끼지만 영화처럼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소설이 훨씬 좋다. 생각거리도 많이 던지고 '인간성'이 뭔지 '사랑'이 뭔지 고민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영국인'이라고 하지만 책 곳곳에서는 '동양적 정서' '일본 정서'가 묻어난다.
2018년 스웨덴 한림원의 #미투 스캔들 때문에 후보를 선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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