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cht Nov 24. 2022

"엄마, 나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까?"

헨리 뢰되거 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재능과 노력의 관계에 대하여

 소위 천재라 불리는 영특한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 뛰어난 지적 능력을 타고난 것인가? 사람들은 나이를 가릴 것 없이 학습 과정에서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 것을 선천적 능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도 부모로부터 뛰어난 유전자를 받았다면, 훌륭한 성과를 쉬이 낼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재능만 주어진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미켈란젤로 부오라노티가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는 점에는 다들 이견이 없다. 오늘날 르네상스 미술의 명작품이라 불리는 <피에타 상>이나 <다비드 상> 등 걸출한 역작들을 각각 24세,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천지창조'를 포함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서 가히 '세계적 유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회화 작품'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실물 크기의 인물 400여 명을 20m 높이의 성당 천장에 그려내는 작업을 4년 동안 지속한 끝에 완성해 낸 것으로 범인(凡人)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켈란젤로는 이러한 작품들을 연이어 만들어내어 지금까지도 미술계의 천재라 칭송받고 있지만, 그가 시스티나 천장화의 인물들을 모두 그려냈을 때 남긴 소회는 사람들의 평가와 사뭇 달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뛰어난 기량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그림이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미켈란젤로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삶을 잠깐 들여다보자. 그는 해부학을 깊이 탐구한 미술가였다. 당대 사실주의적 양식이 미술계에서 중심이 되었는데, 이는 상상력만으로는 그려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믿기보다, 사회적으로 금지되었던 시체 해부를 직접 해보면서 골격과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인체 비율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 나갔다. 회화나 조각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반영되는 부분을 능동적으로 배워나간 것이다. 그의 미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엄격한 사회적 규약이라 할지라도 막을 수 없었다. 세계적인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그의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남긴 또 하나의 격언,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라는 말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왔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걸출한 작품을 남기기 위해선 자신의 순수한 재능을 믿기보다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온전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왔던 선천적 지능에 대한 환상을 지워나갈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뇌의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며 지적 잠재력도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정해진다고 생각하도록 은연중에 '교육'받았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사실이다. 평균 IQ는 지난 1세기 동안 생활 조건의 변화에 따라 상승했다. 또한, 사고로 뇌를 다친 환자들의 경우,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지적 능력을 사고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우리의 뇌는 선천적으로 그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이는 곧 꾸준한 노력을 통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Human Connectome Project도 이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이 연구는 뇌 속의 연결을 지도화하기 위해 유전자가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와 일부 유전자가 일치하는 이란성 쌍둥이의 시냅스 구조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지식 처리 속도가 뉴런 연결의 탄탄함에 따라 결정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데 생애 초기에는 뉴런 연결의 탄탄함을 주로 유전자가 결정했지만 신경 회로는 신체가 성숙하는 속도만큼 일찍 발달하지 못하고 40대, 50대, 60대가 될 때까지 계속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히, 신경회로가 성숙함에 따라 축삭돌기를 감싸고 있는 미엘린 수초가 점점 두꺼워지는 것을 관측한 것이 주요한 발견이었다. 수초 형성은 일반적으로 뇌의 뒤쪽에서 시작해서 앞으로 진행되었으며, 성인이 될 무렵에는 고차원적 추론과 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까지 다 다르었다. 미엘린 수초의 두께는 전두엽의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는데, 연습을 많이 할수록 연관된 경로를 따라 수초가 더 많이 형성되고 전기 신호의 강도와 속도도 높아지며 그 결과 수행의 수준도 높아졌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우리가 더 높은 수준의 학습과 성공에 필요한 가능성, 창의성, 끈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은 IQ가 아니라 꾸준한 훈련과 담대한 의지라 볼 수 있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의 연구가 이에 대한 좋은 근거가 되어준다. 그는 단순한 '확신'이 학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밝혔다. 여기서 확신이란 자신의 지능 수준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이 자기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을 말한다. 뉴욕의 한 중학교에서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 확신에 대해 가르친 후 이들을 추적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 사고방식' (Growth Mindset)의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지능이 타고난 재능으로서 고정된 것이라는 믿음을 고수한 다른 집단의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학습하여 우수한 성적을 받는 학생이 되었다. 


 이 연구의 시사점은 도전에 맞닥뜨리고 실패했을 때 낙심하는 사람과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전략을 시도해 보고 몇 배로 노력하는 사람 간의 차이를 밝혔다고도 볼 수 있다. 


 드웩은 이 연구를 통해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무능함과 지능에서 찾는 사람들은 쉽게 낙담하는 반면, 실패를 노력 부족이나 비효율적인 전략의 결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더 깊이 파고들고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여 결론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드웩은 수행 목표(Performance goal)를 추구하는 학생과 학습 목표(Learning goal)를 향해 노력하는 학생을 분류했는데, 전자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류이며 후자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다. 수행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거나 과시하고 싶기에,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도전을 주로 선택했다. 하지만 목표가 능력 향상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어려워지는 도전을 선택하였으며, 장애물을 만나면 자신의 집중력을 예리하게 다듬고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하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정보로 여겼다. 



 이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사례다. 예체능 계에서 주목받는 인재들 중 일부는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사람들에게 칭송받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이 선천적 재능의 결과라 믿는다. 그런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면 잘하기 위해 남들처럼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이에 그들은 점차 연습을 꺼리게 되는데,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 됐든 기대에 부응할 만큼 타고난 재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공개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결과를 얻기 위해 땀 흘려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뛰어들어 비웃음을 받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일찌감치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그들의 능력은 어느새 다른 이들에게 따라잡히게 될 뿐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의 교훈이 바로 이렇지 않은가?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 사이의 비교는, 결국 후자의 승리로 귀결된다. 실제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를 봐도 이 주장을 지지하는 사례가 더 많다. 물론 '게으른 천재'도 존재하지만, 영광의 기쁨을 차지했던 절대 다수는 그 자리까지 오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한 자들이었다. 



 이에 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될 것이다."(Whether you think you can or you think you can't, you're right.)이라는 헨리 포드의 격언과 "뭐든지 마음먹기 달렸어"라는 노래 구절의 의미가 제고된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배울 때마다 뇌에서는 변화가 일어난다. 경험의 잔여물이 저장되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에서 비롯하는 능력을 미리 갖추고 태어나지만, 문제 풀기, 추론, 창조를 가능케하는 심성 모형을 배우고 구축하면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 지적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다만, 우리의 뇌를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선 어려운 방략을 택해야만 한다. 습득하고자 하는 지식과 경험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신이 뭘 배웠는지 스스로 시험해보는 시간을 가지는게 제일 좋은 방략이다. 내용의 순서를 떠올려보고,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해봄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공부가 수행된다. 하기 귀찮고, 배우기 힘들다고 느낄 때야말로 중요한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바로 이 과정이 뇌를 깨우는 과정이다. 특히, 현재의 수준을 넘어 진정한 전문가의 수준으로 올라가고자 한다면 분투와 실패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습 수행 중에 발생한 실수는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한 단계 높은 학습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된다. 그러니 자신의 실수를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말라. 실수는 힘써온 노력의 증표이면서, 다른 전략을 써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용한 정보의 원천이 되어준다. 이 과정에 지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달콤한 꿈에만 젖어있을 뿐 그 상상이 현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부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서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지적으로 더욱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은 학습에 깊이와 지속성을 더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라 로슈푸코의 <성찰 또는 도덕적 격언과 잠언>의 구절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라 로슈푸코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기억력을 한탄하지만, 자신의 판단력을 한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 했다. 이제 이 책을 정리한 우리는, 우리의 지능을 한탄하기 보다 학습 방법을 알맞게 수정하도록 하자. 그리고 성취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노력해보자. 산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귀가 먹먹해지는 것처럼, 우리는 노력하는 한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