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보고 싶다’는 말이 다가왔다
주말 한시 단체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몇 시간 동안 사람들과 어울렸지만, 돌아오는 길은 늘 그렇듯 고요했다.
차창 밖은 길을 녹일 듯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 이글거리고, 한 줄기 피로가 내 어깨를 조용히 누르고 있었다.
그때, 익숙한 노랫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이연실의 ‘목로주점’.
내 아이폰 벨소리였다.
운전 중이라 조심스럽게 곁눈질로 화면을 보니, 오래전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이름이었다.
몇 년 만에 걸려온 전화라, 순간 뜻밖이라는 생각이 스치고 곧바로 뭉클함이 밀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낯익고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살고 있니?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잠시 말을 잃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괜히 멋쩍어, 나는 일부러 무심한 말투로 대답했다.
“왜 이래 갑자기… 보고 싶다는 말도 하고…”
내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친구의 말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일상에 바쁘게 매몰되어 살다 보면 ‘보고 싶다’는 말을 듣는 일도, 전하는 일도 드물어진다.
그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내 마음속을 맴돌았다.
그날은 아쉽게도 이미 잡혀 있던 일정 때문에 친구의 부름에 응할 수 없었지만, 집에 돌아온 후에도 친구의 목소리와 “보고 싶다”는 말이 문득문득 떠올라 그 하루가 따뜻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점점 줄어든다고들 한다.
삶의 방향이 달라지고, 서로의 시간이 어긋나면서 예전만큼 자주 보지도, 자주 안부를 묻지도 못한다.
그래서였을까.
기대하지 않았던 그 전화 한 통이
마치 오랫동안 내 마음속 빈자리를
조용히 채워준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용기 내어 “보고 싶다”라고 말해준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위로였다.
그 친구가 내게 보내온 따뜻한 마음은
나의 하루를 포근하게 감싸주었고, 삶의 한 자락을 더 다정하게 물들였다.
이런 순간들이 있다.
어디선가 조용히 피어나는 마음 하나가 지친 날들을 이겨내게 하고,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순간.
그 친구가 내게 해줬던 그 말처럼, 보고 싶은 마음은 말로 꺼낼 때 더 깊어진다.
나는 그날의 그 감동을 오래도록 내 안에 담아두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가끔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사람이 되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