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광고의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검색광고 (혹은 키워드광고)는 현재 SA (Search Ads), Paid Search 등으로도 불리지만, 꽤 오랫동안 PPC (Pay Per Click) 라는 용어가 곧 검색광고를 지칭했다.
검색엔진 결과 페이지에 광고를 노출하고 클릭당 비용을 받는, 말 그대로 Pay Per Click 모델은 1990년대 후반 아이디어랩과 Goto.com의 창립자인 빌 그로스 (Bill Gross)에 의해 창안되었다고 한다.
광고주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검색 결과 페이지에 광고를 노출해주는 대신 돈을 받는다. 그리고 광고의 노출 순위는 경매를 붙여 광고주끼리 경쟁하도록 한다.
이런 돈 냄새나는 생각 어떻게 합니까...?
구글은 2000년대 초에 검색광고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검색광고를 포함한 광고 매출이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구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전 세계 검색엔진에서 검색광고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검색광고는 무척 매력적이다. 돈을 쓸 가능성이 높은 유저가 제 발로 찾아오는 격이다. 이미 니즈가 있는 고객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전환율도 높으니 광고 효율이 좋다. 산업군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광고주는 검색광고를 안 할 이유가 없다.
검색광고의 현재
오래된 역사와 함께, 검색광고는 점점 '재미없다', '지루하다', '수동 리소스가 너무 많이 든다' 등의 악평도 듣고 있다.
디스플레이 광고, 앱 광고 등에 비해서 광고 관리시스템 혹은 툴은 천천히 변하고 있다. 모바일 광고 생태계는 너무 빠르고 많이 변하고 있지만 검색광고의 시스템이나 툴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저 트래픽은 점점 소셜 미디어로, 광고 물량은 앱 광고 위주로 몰리고 있으며 그만큼 매체는 정확한 타겟팅을 위한 머신러닝과 프로덕트 고도화에 열을 쏟고 있다. 또한 검색광고의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단순할 수밖에 없다. 소셜 미디어와 달리 유저를 먼저 찾아내기보다는 이미 검색한 유저에게 광고를 보여주면 된다. 소셜 미디어처럼 유저 타겟팅, 노출 지면, 소재 유형이 복잡하지도 않다.
국내 퍼포먼스마케터들도 검색광고는 대행사에 맡겨서 운영하거나 (국내 매체는 대행사에 별도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므로), 셋팅 후 가끔씩만 모니터링하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퍼포먼스마케터 채용을 위해 이력서를 검토할 때, 페이스북만 다뤄본 퍼포먼스마케터는 봤어도 검색광고만 해 본 퍼포먼스마케터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검색광고는 지루해하는 퍼포먼스마케터들이 많다. 트렌디하거나 비주얼적으로 후킹하거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유저의 시선을 끄는 광고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색광고에서도 T&D 소재 혹은 확장 소재 등으로 변주를 주기도 하지만, 숫자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영역이다. 즉, 엉덩이 붙이고 앉아 숫자와 씨름할 시간이 더 많아야 하는 업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마케터에게 검색광고가 매력적인 이유
퍼포먼스마케터로 검색광고를 시작한 지 6년이 넘었다. 검색광고만 붙들고 일한 시간만 4년이 넘고, 앱 광고를 하면서도 검색광고를 병행했다. 첫 직장을 다녔던 4년 반 동안 단 하루도 내가 관리하는 검색광고 성과 테이블을 확인하지 않은 날이 없다. 평균 순위부터 ROI까지 그 모든 지표를 담은 테이블을 수천 번, 아니 수만 번도 넘게 보면서 성과를 확인하고 분석했다.
가상의 데이터로 만든 샘플 피벗테이블. 지금은 비슷한 포맷을 태블로로 구현해서 보고 있다.
이 정도 했으면 지겨울 만도 한데,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검색광고가 제일 재미있다.
키워드 확장, T&D 소재, 랜딩페이지 등 운영 측면에서 할 부분도 많지만 검색광고가 제일 재미있는 이유는 퍼포먼스마케팅 중에서 가장 데이터드리븐 의사결정이 빛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검색광고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래 2가지라고 생각한다.
1. 쪼개고 또 쪼개서 분석하기
퍼포먼스마케터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갈 때, 내가 거의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전일 ROI가 30% 하락했을 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요?
의외로 기상천외한 답변이 나오기도 하는데, 내가 원하는 대답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데이터를 쪼개서 (Breakdown) 원인을 찾고 대응한다'
검색광고 성과 지표 중에서 평균노출순위, 노출, 클릭, 비용, 전환, 전환금액 등의 기본 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계산된 지표이다. CTR, CPC, CVR, ROI 등은 모두 곱셈과 나눗셈으로 이루어진 지표이기 때문에, 어떤 지표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쪼갤 수 있는 것이다.
ROI가 하락했다면 일단 ROI를 만드는 지표부터 쪼개고, 정답을 찾아낼 때까지 그 지표를 만드는 하위 지표를 또 쪼갠다. 필요하다면 키워드 레벨까지 파고든다. 분석은 액션을 위해 진행되어야 하고, 정확한 분석이 정확한 액션을 만든다.
2. 실험하고 예측하기
단순한 성과 분석을 넘어, 검색광고에서 데이터 분석이 더 빛나고 중요한 영역은 Bidding이다.
지금 높은 효율을 가져오는 키워드라고 해서, 입찰가를 계속 올린다고 하더라도 높은 효율은 절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입찰가(Bid)와 이익(Profit)의 상관관계는 아래와 같으며, 키워드별 최적의 입찰가는 모두 다르다.
검색광고의 비딩은 최적의 입찰가를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분석하고, 실험하고, 예측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 리터러시와 분석력, 통계적 지식이 필요한 업무다.
퍼포먼스마케팅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검색광고
지금은 검색광고 실무를 하고 있지 않지만 (더 하라고 해도 지겨워서 못한다...) 첫 회사에서 거의 5년 동안 검색광고를 진행하면서 퍼포먼스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본기를 다졌다고 생각한다. 수백만 개의 키워드를, 그 많은 지표들을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연습을 했다. 1GB 가까이 되는 엑셀 파일로 끙끙대고, 피벗테이블을 위한 피벗테이블을 만들며 소위 '짜치는' 작업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적용할 입찰가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실제 액션을 하고, 예측과 실제가 얼마나 맞는지 검증도 해보고, ROI target을 맞췄을 때의 희열도 느끼면서 기본기를 다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퍼포먼스마케터가 되지 못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