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뒤에 있다
컨설팅이나 협업 제안을 받을 때, 많은 비율로 대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 제품에는 유튜브가 좋을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 다 만드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우리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블로그를 키우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는 이 말들이 문제처럼 들릴 수 있다. 유튜브를 어떻게 운영할지,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이건 문제가 아니라 솔루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즉 어딘가에서 보고, 듣고, 성공 사례를 접하면서 '이걸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다. 그 생각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솔루션이 진짜 문제에서 출발한 건지, 아닌지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거다.
클라이언트가 솔루션을 들고 올 때, 마케터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게 아니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묻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필요한 마케팅 액션인지 먼저 함께 논의해 봤으면 합니다.
단순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이 대화가 길어질수록 진짜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했던 분이 실은 신규 고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게 슴겨져 있던 문제였고, 인스타그램을 키우고 싶다던 분은 기존 고객이 재방문하지 않는 게 진짜 고민이었다.
솔루션은 그 자체로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진짜 비즈니스 문제와 맞닿아 있지 않으면, 아무리 잘 실행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마케팅이 안 된다는 결론으로 끝난다.
이건 이전에 내가 프리랜서 마케터 플랫폼인 원포인트에 기고한 글에 자세히 작성해 놨다.
몇 년 전, 고향에 내려가 공구 수리와 판매 사업을 새로 시작한 지인이 있었다. 이미 그 지역에는 수십 년 전부터 자리를 잡은 곳들이 많았기 때문에, 신규 고객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나에게 연락이 왔다.
"수리 과정을 유튜브로 찍어보려고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수리 과정을 보여주면 신뢰도 쌓이고, 검색에도 노출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틀린 방향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잘 되는 사례들도 있다.
그런데 현장에 가서 이야기를 들을수록,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기획과 촬영, 편집에 대한 부담이었다. 지인은 혼자 가게를 운영하면서 수리도, 판매도, 고객 응대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영상에 대한 지식은 없었다. 특히 유튜브가 궤도에 오르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물어봤다.
"혹시 유튜브보다 급한 게 있어? 당장 고객이 없거나, 아니면 이 가게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모르는 문제 같은 거."
대화를 하다 보니 진짜 문제가 보였다. 고향에서 새로 시작한 가게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단골이라고 할 손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근처에 공구 수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검색했을 때, 이 가게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유튜브가 아니어도 됐다.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건, 필요한 사람이 검색했을 때 발견되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네이버 검색에 대응하는 방식부터 필요했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권했다. 유튜브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텍스트 중심이라 혼자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역 기반 검색에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채널이었다. 게다가 몇 개 키워드를 검색해 보니, 인근 지역에서는 온라인으로 뭔가를 하는 곳이 아예 없었다.
가이드는 단순하게 줬다. 퀄리티는 신경 쓰지 말 것. 어느 정도 분량만 지키고 그냥 진솔하게 쓸 것.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이 공구 수리나 구매를 위해 실제로 검색할 만한 키워드 목록을 뽑아서 건넸다. 예시 글도 몇 개 조사해서 줬다. 여기에 더해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도 도와줬다.
이후에는 생각보다 잘 되어 갔다. 지인은 바쁜 와중에도 블로그를 꾸준히 썼다. 잘 쓴 글은 아니었지만 오늘 수리한 기계가 무엇인지, 어떻게 기계를 수리했는지 같은 것들이 쌓였다.
그리고 몇 달 후, 나에게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물으니 돌아온 말이 이거였다.
"형, 저 진짜 바빠 죽겠어요."
처음에는 신규 고객을 어떻게 만들지 몰랐는데, 이제는 일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블로그가 유튜브보다 낫다는 말을 하려는 건 물론 아니다. 다른 목표와 상황이었다면, 다른 답이 나왔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클라이언트가 생각하거나, 먼저 가져오는 솔루션을 그대로 실행하는 게 마케터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게 때로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거절하는, 하고 싶다는 걸 하지 말라고 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와 맞는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그 회사가 실제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방식을 전문가의 관점에서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게 항상 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문제를 먼저 인식하려는 습관은, 마케터로 일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됐다.
* 이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내용 일부는 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