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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세 Aug 04. 2021

Ep.34 올림픽은 올림픽이네

모처럼 느껴보는 긴장과 희열

어릴적부터 운동하는 것만큼이나 스포츠 중계 보는 것을 매우 즐겼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할 당시에는 스포츠 신문 기자를 희망하고 잠시나마 언론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었다. 호주에서 대학다닐 당시 같이 공부했던 동료, 후배들한테도 늘 하는 멘트 중의 하나가 빨리 한국가서 언론고시 준비할거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언론 쪽에서 일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들은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올리기도 했는데 이직한 후에는 회사 업무에 적응하느라 출장 다니느라 정신 없어서 블로그도 상당 기간 방치해 두었다.


요즘 한창 도쿄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원래 정상적인 일정이었다면 도쿄올림픽은 지난 해 여름의 추억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가 모든 일상을 삭제시켰다. 지금도 정상적인 일상은 회복되지 않았다. 올해도 과연 도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가 대회 개막직전까지 달렸고 일본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상당히 높았다.


그래도 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되었다. 대신에 텅빈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함성을 보다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기존 올림픽과의 차이점이다. 특히나 육상 경기를 보면 텅빈 주경기장 스타디움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육상경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100m 달리기 결승이 텅빈 관중석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풍경이다.


1988 서울올림픽 당시 8만 관중이 꽉 들어찬 잠실 주경기장에서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칼 루이스(미국)와 벤 존슨(캐나다)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을 당시 출발 총성을 앞두고 8만 관중이 약속이나 한듯 숨죽였던 그 짤막한 고요의 순간,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믿기지 않는 주력으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할 당시의 짜릿했던 열광적인 순간은 느낄 수 없다.


그래도 올림픽은 올림픽인가보다. 특히 요즘 여자배구 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 최정상급의 공격수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이라 그런지 선수들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하나로 뭉쳐진 느낌이다. 더군다나 최근에 여자배구는 쌍둥이 자매의 학폭 사건으로 인해 모두가 큰 마음 고생을 겪어야 했다.



배구 외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쌍둥이 자매들은 배구 경기력으로만 보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상당했다. 그래서 그 두 명이 한꺼번에 빠진 자리를 짧은 시간에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높았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 12명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120% 이상의 잠재력을 표출하고 있다.


오히려 쌍둥이 자매들이 같이 뛸 때보다 훨씬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매 경기 감동을 선사한다. 오늘 아침에 터키와의 8강전도 짜릿함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단지 내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5세트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보면서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번쩍 흔들게 되었다.


워낙에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좋아하는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헬스장에서 뛰는 것이 당연한 일과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작년에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그 당연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날아갔고 한동안 당연했던 일과를 채워줄만한 활동이 부족했었다. 그리고 회사 일은 갈수록 바빠지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운동 하면서 땀 흘리면서 짜릿함을 느끼던 순간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런 과정들이 쌓이면서 몸에 탈이 난 듯 싶다. 오늘 배구 경기 보면서 비록 요즘 러닝머신을 6km 이하로 제한을 두는 바람에 뛰지는 못했지만 계속 걷다보니 어느 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2년 전에 회사 점심 시간 때 회사 근처 헬스장에 가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중계를 보면서 1시간씩 뛰면서 땀 흘리던 순간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동시에 작년에 왜 그렇게 운동하는 것을 게을리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한 곳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니 삶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여튼 모처럼 운동도 오래 하고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9년만에 올림픽 4강에 진출하는 장면도 보니까 엔돌핀이 패키지로 들어온 느낌이다.


운동의 리듬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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