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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재즈를 듣는 이유

음악 문외한의 단순한 이유

by Eunsu YUN

현재 프랑스를 잠시 떠나 뉴욕여행 중에 있습니다.

뉴욕 일정 중 2월 21일이 생일이기에 오늘만큼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시절부터 미술 실기 은사님과 함께 주말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하루를 마무리했던 곳은 동인천의 오래된 라이브바 버텀라인이었습니다. 은사님 20대 인생의 한 부분을 같이 공유하는 것도 좋았지만,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옛 음악들과 아직까지 공간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의 내음은 17살 18살이었던 저에게 남모를 따뜻함을 전달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미성년자 시절이기에, 와인보다는 사이다로, 맥주보다는 드립커피로 잔을 채우며 프랑스 유학 전 재즈와 음악을 주변에 두며 지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편견과 취향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끌림에 취약한 것도 있지만, 옛 스포티파이 속 플레이리스트가 전혀 바뀌지 않고, 듣는 음악들만 듣는 고집 아닌 고집이 있습니다.


프랑스 유학 중 다양한 사람을 오고 가다 만나는 와중, 유학 초기에 만나 지금까지 서로의 삶을 응원해 주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재즈 동아리를 하시기도 했고, 색소폰 불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제 귀에 좋은 음악들만 찾아 듣고 저장해 놓기에 세상의 다양한 장르의

재즈가 있고, 솔로, 트리오 콰르텟이 있지만, 듣는

아티스트, 그의 음악만 듣고 있었습니다. 즉 짧디 짧은 재즈 가방끈을 가지고 다녔던 것이죠.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재즈,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해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만나, 더 다양해진 취미를 공유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를 만날 때면 새로운 아티스트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모든 재즈의 종류가 제 귀를 편안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가 추천해 주는 음악은 꼭 듣고 판별해 봅니다.



이 글을 끄적이는 이 순간, 저는 Smalls라는 뉴욕 재즈바에 커피 한잔을 바 테이블 앞에 두고 여러 아티스트가 랜덤으로 참여하는 잼 세션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음악, 장르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참여하는 사람과 뮤지션에 따라 공기마저도 바뀝니다.

오늘의 기분은 그게 좋은가 봅니다. 예상하지 못하는 것들이 나와도 기분이 좋고, 상하지 않는 공기. 그

공기의 흐름을 즐겨보고, 세션의 어긋나는 불협화음도 나름대로 몸을 살랑살랑 흔들어봐 주기도 하고요.


2월 21일의 오후 3시의 일기입니다.

이 순간의 감정, 생각을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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