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어디까지 가봤니?

2부: 라벤더, 올리브나무 흐바르섬

by 멜오

흐바르(Hvar)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바람이 이는 것 같은 이름.

이 섬은 유럽에서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땅이다. 연평균 일조량 2700시간 이상.

숫자로는 실감이 안 되지만, 이곳에 발을 디디면 저절로 알게 된다.

이곳의 빛은 무게가 있다. 피부 위에 내려앉는 방식이 다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 섬에 터를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후로 로마가 왔고, 베네치아 공화국이 왔고, 오스만 제국이 왔다.

각자의 언어와 돌과 신앙을 가져왔고, 그것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흐바르가 되었다. 오묘하다 못해 신비롭다는 말은 이런 장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흐바르 타운을 걸으면 두 개의 건축 언어가 한 문장 안에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베네치아 고딕 양식의 섬세한 석조 조각과 세로로 길게 난 좁은 창문들, 그 옆에는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대칭적인 구조와 반원형 아치들. 어느 한쪽도 다른 쪽을 압도하지 않는다. 수백 년의 시간이 서로를 마모시키면서 어떤 평화로운 공존에 이른 것처럼 타운 중심의 광장에는 성 스테판 대성당이 서 있다.

그 앞을 깔고 있는 석회암 바닥은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발이 닿아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다. 빛이 거기서 반사되는 방식은 흡사 물 위의 윤슬 같다.

돌이 빛을 품은 것인지, 빛이 돌 속으로 스며든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흐바르 다운타운.jpg 흐바르 섬의 다운타운 - 반질반질한 돌 바닥

크로아티아에는 700개가 넘는 섬이 있다.

그 중 사람이 사는 섬은 50여 개. 흐바르는 그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주변의 작은 섬들로 이어지는 배편이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경유하는 곳이다.

우리가 흐바르를 고른 것은 사실 소거법에 가까웠다. 가고 싶었던 시베닉 근처의 섬들은 자동차를 가져갈 수 없었고, 비교적 정보가 풍부한 흐바르만이 남았다. 여행이란 종종 이런 식으로 목적지를 결정한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줄어들어 남겨진 것.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베를린을 새벽에 출발해, 비행기를 타고, 스플리트에서 두 시간 페리를 탔다. 스타리그라드 선착장에 닿았을 때, 항구는 꽤 초라했고,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설렘이 부풀었던 만큼 그 낙차가 컸다.

그러나 흐바르 타운으로 들어와 짐을 풀고 나자, 세계가 다시 열렸다.


4월의 흐바르는 바다 여행의 계절이 아니다.

라벤더가 보라색으로 들판을 가득 채우는 것은 6월이 되어야 한다. 올리브 나무의 열매가 영글어가는 것도, 뜨거운 햇살 아래 해변이 사람들로 가득 차는 것도 우리가 온 시간과는 다른 계절의 이야기다.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맑다가 갑자기 비가 오고, 잠잠하다가 바람이 불었다.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은 숨겨지지 않는다. 이것이 흐바르의 비밀이다.

계절이 절반의 것만 허락해도, 나머지 절반으로 충분하다.


숙소는 에어비앤비였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선호하는 우리 가족이지만, 비수기의 흐바르에서 선택지는 좁았다. 부활절 방학 기간이라 몇 안 되는 리조트는 이미 예약이 찼고, 남아있는 호텔들은 시설에 비해 값이 사나웠다. 결국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언덕 위 아파트먼트를 잡았다.

'팬트하우스'라 부르는 꼭대기 층 발코니에서 몸을 한 방향으로 돌리면 저 멀리 바다가 보였다. 그러나 해변까지 내려가려면 차를 타거나 한참을 걸어야 했다.

불편함이 있으면 그 반대편에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돌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마당 앞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와 눈인사를 나누고, 사람 인기척에도 꿈쩍하지 않는 고양이들과 잠시 말동무가 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관광객이 아니라 매일 이 길을 걷는 이 동네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목적지를 향해 자신 있게 발을 내딛는, 이 삶의 풍경 속 한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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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는 OASIS라는 카페가 있다. 이름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아시스란 이런 곳에 붙이기에는 너무 극적인 이름이다. 커피는 맛있다. 무엇보다 피스타치오 크루아상을 꼭 먹어야 한다. 진심으로. 연두빛 피스타치오 크림이 버터 결을 따라 흐르는 그 크루아상을, 흐바르의 아침 햇살 속에서 먹는 경험은 나중에 베를린의 어느 카페에서 피스타치오 크루아상을 다시 보게 될 때, 그날 아침을 생각하게 만드는 종류의 것이다.

우리는 매일 오전 장을 보러 나가며 이 카페에 들렀다. 여행이란 이처럼 작고 반복적인 것들로 이루어진다.

가장 빠른 길이 아닌 매번 다른 길을 걸어도 괜찮은,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커피를 마시는 일. 그것이 쌓여서 '이곳에 있었다'는 기억이 된다.


섬에 머무는 날 중 가장 따뜻한 날을 골라 해변에 갔다.

Pokonji Dol Beach. 산을 넘어 트레킹으로 갈 수도 있고, 차로 해안 도로를 따라갈 수도 있다. 페리 선착장에서 도보로 25분 정도.

작은 만이 품고 있는 이 해변에 도착하는 순간, 숨이 잠깐 멈췄다.

잔잔하고 투명한 물, 바닥의 자갈이 하나하나 보이는 깊이.

사람들이 햇살을 받으며 누워 있고, 몇몇은 이 차가운 4월의 바다에 실제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발을 담그는 순간 으악, 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서양인들의 살갗은 분명 다른 지방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달리 설명이 안 된다.


IMG_7817.JPG 흐바르 섬의 해변

<한 가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 흐바르의 해변은 모두 큰 자갈로 되어 있다. 샌들 없이는 1~2분도 버티지 못한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그 통증은 농담이 아니다. >


잠깐 들렀다 오려던 계획은 5시간으로 늘어났다.

돌아와 샤워를 하고 PAN 맥주를 따며 넷플릭스를 켰다. 이것이 기쁨이다. 이것이 행복이다. 거창하지 않고, 계획되지 않았으며, 그래서 더 온전한.

흐바르에 오면 꼭 봐야 한다는 스파뇰라 요새는 보지 못했다. 프란체스코 수도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만족스러웠다. 광장에 앉아 이 동네에서 가장 세련된 것 같은 카페 OASIS의 커피를 마시며 성 스테판 대성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흐바르에서 해야 할 것을 다 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을 보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있었느냐. 여행의 본질은 어쩌면 거기에 있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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