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짧고 사랑표현은 유효기간이 있다.
10일 넘게 꼬박 목감기로 체력을 축내고 삶의 에너지마저 바닥 내고 있는 중이다.
한참 달리기에 빠져있던 이번달에는 50킬로 뛰는 것이 목표였는데 갑작스러운 감기에 겨우 19킬로밖에 달리지 못했다.
오늘 조금 귀찮으니 내일 달리지 뭐. 하며 오늘을 미뤄냈던 그 시간의 내가 후회되는 순간들이다. 아프며 깨달은 것은 [내일 못할 수 있다. 오늘을 미루지 말자.]
나의 이로는 감정표현이 꽤나 많고 구체적인 편인데, 매일같이 나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은 물론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 물론 작은 일에도 속상해하거나 슬퍼하는 부분도 있다.)
아이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못했던 일들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길 때도 있다. 아무런 힘도 없는 것 같지만 그 보드라운 말 한마디에 나는 거대한 용기와 힘이 생기곤 한다.
나는 아이에게 "이로야 너는 어쩜 이렇게 사랑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거야?라고 물으니
과연 6살의 말인가. 연료라는 단어는 또 어디서 들은 건데?
때로는 녀석의 표현에 무릎을 탁 치곤 그래. 그럴 수 있겠다. 하며 석회로 꽉 막힌 하수구처럼 좁아진 나의 세상을 녀석이 구연산으로 펑 뚫어줄 때가 있다.
연료라는 말을 6세 어린이가 쓰고 있기에는 조금 어색할 수 있겠지만 이 단어는 어린이 만화 폴리의 친구들이 브룸스타운에서 연료를 얻어 자동차들이 운행하는 것을 보고 단어를 기억하고는 그 이후부터 밥을 먹을 때도 내 몸의 연료. 내가 쉬고 있을 때도 엄마가 연료를 얻는 중이구나 하며 "연료"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랑은 오늘의 연료야. 참으로 예쁜 말이다. 많아도 넘치지 않은 연료 그러니까 오늘의 사랑을 미루지 말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가득 나눠주어도 받는 사람은 부담되지 않고 주는 사람도 부족하지 않은 마음.
그러하기에 사랑은 꽉 차 넘치지는 않지만 부족하면 금세 티가 나고 아프기 시작한다.
아이도 어른도 오늘치의 사랑이 채워지면 못할 것 같은 일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긴다.
저렇게 예쁜 말을 해주는 아이에게 내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신경질적이고 귀찮은 상대처럼 굴어버린 오늘이 몹시 미안해질 뿐이다. 내 몸은 곧 부서져 버려 사라질 것 같은데도 육아와 살림과 일은 계속된다.
아파서 내 몸하나 간수할 힘조차 없을 때는 이대로 그냥 침대 밑으로 꺼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 곤 한다. 그리고 내가 해내지 못한 나의 일에 대한 불안을 남편과 아이에게 한 소큼씩 줘버리곤 후회로 금세 시무룩해진다.
아이의 말처럼 오늘의 사랑을 숨기지 말고 건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