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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May 19. 2024

여행기 : 6살 남아와 함께한 프라하 3

큰 의미는 없지만 나 자신이 세워둔 그 무언가를 위해서 나는 이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자 글을 쓴다. 

이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났고 그 이후에 손흥민 경기를 보러 떠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런던 여행도 남아 있지만 이건 나중에 더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일단 프라하 여행기를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냐면 프라하의 판교 도시 같던 프라하 5지역의 "이런 곳에 호텔일 있을까?" 하는 그런 엄한 동네에 호텔방을 자리 잡고 프라하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첫째 날 시내에서 차돌짬뽕 먹고 나오며 본 프라하 성은 셋째 날이 되어서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은 중요한 정보는 아닐 것이다.

정말로 대책 없고 계획 없이 떠나온 여행은 뭐랄까. 참 의미가 없다.싶을 만큼 허무하게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럴 거면 집에 있어도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우리는 호텔방을 사랑했으며 호텔방에서 티브이와(심지어 독일어 채널만 보고 있음) 닌텐도 슈퍼마리오 3D월드에 푹 빠져 이곳이 프라하인가 베를린 서쪽 우리 집인가 의구심마저 들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다. 이런곳에 호텔이 있다니 하는 지역 탐방만 보낸 이튿날이 지나고

아무튼 해가 나오기 시작한 셋째 날에는 물가 비싸다는 코펜하겐의 호텔 조식보다 성의 없는 조식에서도 꾸준하게 반숙 달걀을 부지런히 만들어 먹으며 오늘은 시내에 나가서 반드시 야경을 보고 오자고 결심을 하고 치밀하게 하루의 일정을 계획했다.


그렇게 셋째 날의 일정은 11시쯤 프라하성에 가서 구경 및 사진 촬영과 프라하성 스타벅스에서 일단 휴식 취하고 내려와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호텔에 돌아와서 긴 휴식을 취한 후에 야경을 보러 오후 6시에 다시 나간 후에 야경은 잠시 본 후 빠르게 프라하 시내에서 힙하다는 립 가게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귀가 하는 것이다.


너무도 완벽한 셋째 날의 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인생은 언제나 계획하는 대로 될 일이 없는 법. 

우리의 6세 형님께서는 발이 아프네, 다리가 아프네. 무릎이 아프네.

그래서 언제 호텔로 돌아갈 거야를 백만 번 묻고. 기어코 나는 여기 오고 싶은거 아니었거든 멘트까지 나오면 너랑 나랑 오늘 끝을 내보자 하고 6세와 37세 엄마의 감정 싸움의 서막은 시작된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을 걷느라 모든 피로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나의 몸뚱아리는 기어코 나의 뇌에게 "이 녀석을 그냥 여기에 두고 올까? 내가 돈 쓰면서 왜 얘를 데리고 다니는 거지? "하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그럴 거면 집에 그냥 있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나는 고상한 엄마이기에 전세계의 사람들이 보고 있는 프라하 구시가지에서 그런 면목없는 짓을 감히 할 수 없기에 이를 꽉 깨물며 6세 아이를 달래고 그 험난한 지형을 안아 올라가기도 해 보며 다시는 12세 이하 아동과 도시여행을 하지 않겠노라 굳게 다짐도 한다.


그런 와중에 프라하의 성은 아름다웠고 난생처음 만난 프라하의 봄은 너무 로맨틱했기에

남편과 아이가 커피를 사러 간 사이에 아주 짧게나마 아름다움의 결정체 같았던 프라하의 봄을 마음껏 느꼈다.

계획 없이 떠나온 덕에 프라하의 봄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계획하고 준비했더라면 우리가 이토록 찬란한 아름다움을 품은 프라하를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찬란했던 시간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의 도시. 프라하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고 머물다 간 

지금은 아주 가난한 나라의 도시가 되어버린 곳이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낭만이라는 것이 손끝에도 느껴진다.


이런 감상에 젖은 소리는 아이와 남편이 커피를 사러 간 찰나의 순간에 했을 뿐이고. 그들이 돌아옴과 동시에 여유와 낭만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마지막날까지 6세 아이와 계속 걷고 걸으며 온갖 비위를 다 맞추며 여행을 끝맺어야 했다.

그리고 아, 역시 집이 최고다.라는 가장 큰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으며.

녀석은 바로 다음날 유치원으로 정상 출근을 했다.


결혼 전에도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서도 나의 여행기는 여전히 계획 따위는 세우지 않고 무엇을 할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중요도 목표도 없다. 단지 그 여행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몇 장의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이렇게 글을 통해 기록해 두는 것이 전부이다.

나의 여행기를 통해 사람들은 전혀 그 지역의 여행을 기대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여행했던 그곳에 갔을 때 나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다. 하는 마음이다. 

서둘러 글을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러하기도 하고.

다음 런던 여행기도 적고 싶지만 할 말이 딱히 없으므로 일단 보류해본다.


나의 여행기의 결말은 한 줄로 줄이자면

6세와 도시 여행은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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