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은행계좌 만들기
자, 여기에 서명하시고 여기에도 서명하세요
#France101
J씨는 프랑스 유학 시절 학생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프랑스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어야만 했다. 한국에서는 모바일 앱을 통해서 비대면으로도 아주 간단하게 해결되는 일이었지만 프랑스에서 은행계좌를 만드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은행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프랑스에 주소가 있어야 한다는 선행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은행에서 가입한 주택보험 증서를 사무실에 함께 제출해야 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샤를 드골 공항에서 내려서 처음 학교에 온 유학생 J씨는 이러한 선행조건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J씨는 학교 기숙사 사무실에서 자신의 어두운 미래를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길 위에서 잠을 잘 수는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닥친 위기 앞에서 J씨는 생존을 위해 우선 학교 근처 은행 Agence에 들어가서 자신의 복잡한 상황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절차에서 살짝 벗어난 방법으로 계좌를 만드는 것에 직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다행히도 그 은행은 학교 근처에 있어서 이런 곤란한 상황에 놓인 유학생들을 많이 만나본 것 같다.
어려움을 이해해준 직원의 배려 덕분에 계좌 개설 서류를 먼저 작성하고 추후에 서류 보완을 하는 방법으로 우선 진행할 수 있게 되었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행정 절차 상에 불합리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웬만해서 절차를 벗어난 방법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서류 인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종잇장에 서명하고 서명하고 또 서명하면서 계좌 개설 서류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