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버스 모니터링 요원이 되다
이왕 타고다니는 거 교통비를 아껴보자
날마다 같은 버스를 반복해서 타고 다니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다녔던가, 어느 날 저녁 퇴근길 버스 안에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안내문이 붙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글자만 적기에는 심심했는지 뭔가 그림판으로 반짝이는 듯한 효과를 넣은 듯한 그 안내문에는 '시민 버스 모니터링 요원을 모집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일의 내용은 간단해 보였다. 일주일에 적어도 5회 이상 이 버스 노선을 이용하고, 한 번에 최소 30분 이상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버스를 탈 때마다 일지를 작성하고 내면 일지를 낸 개수만큼 버스 요금 1회분만큼 수고비로 지급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당분간은 계속 이 버스를 타고 회사에 다니게 될 테니 신청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버스 모니터링 요원 일을 한다고 해서 생활에 크게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교통비만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또 조금이라도 월급 외에 부수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놓은 안내문을 보며 고민하다가 이 일을 해보기로 했다. 시민모니터링 요원 일에 지원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는데, 버스회사에 내가 주로 버스를 타는 구간과 이동시간, 그리고 일주일에 몇 번이나 타는지 적어서 이메일을 보내면 되었다.
지원절차가 워낙 간단해서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메일을 처음으로 보내고 나서 며칠 뒤에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받았다. 나는 모니터링 담당자로부터 버스 일지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운행 중에 어떤 점을 중점으로 보아야 하는지 등을 안내받았다.
처음 일지 양식을 받아보았을 때 평가해야 할 항목이 아주 많아서 조금 놀라웠다. 버스 기사님이 운행하면서 신경 써야 할 것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기에, 한편으로는 내가 기사님들의 운행 모습을 수시로 확인하고 항목마다 그 일의 수행 여부를 표시한다는 행위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가 감히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한다고 했으니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