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niciel May 30. 2021

61. 어떻게 오셨어요?

우리 집이 제일 맛집인 건 어떻게 알고~

“어떻게 오셨어요?”
“와플 먹으러 왔어요!”
“길가다가 보고 왔는데요!”


사장님은 뿌듯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우유 아저씨가 이태원에서 우리가 우유를 가장 많이 쓴다고 하더라고요~”

“앗, 그 말은...”


내가 맞장구를 쳤다.


“... 장사가 제일 잘 된다는 뜻?”


사장님은 그렇다고 웃으면서 좋아하셨다. 


 Y가 저녁에 갑자기 무언가 느끼한 것이 먹고 싶다며 나를 불러 급 만남이 성사된 날이었다. 원래는 눈 여겨보던 팬케이크 가게에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대신 오게 된 디저트 카페였다. 


사장님은 아마 오늘 아침이나 오후에 우유를 납품해주는 업체에서 그런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으신 듯했다. 아니면 원래 이렇게 성격이 좋으신 분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뭔가 너무 말하고 싶어서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거는 사장님이 재미있었다. 


사장님과의 짧은 대화 후에 우리는 즐겁게 메뉴판을 보고 와플을 각자 하나씩 주문했다. 거기에  나는 밀크티를 한 잔 주문했고, Y는 다른 음료를 마시기보다 심심하게 우유나 한 잔 하고 싶어 했는데, 사장님은 메뉴에는 없지만 특별히 우유도 한 잔 주문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가게들이 평소보다 영업을 일찍 끝내는 곳도 많고, 무언가를 먹기에는 사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간식을 주문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기다리면서 가게를 구경했는데 가져다 놓은 소품이나 집기 하나하나 신경 쓴 것이 느껴졌다. 얼마 뒤에 우리가 주문한 와플이 완성되었다.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시면 지금 바로 드시고, 단단한 식감을 좋아하시면 조금 놔뒀다가 드세요.” 

사장님은 와플을 가져다주시며 취향에 따라 와플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분의 한 마디에 나는 진심을 느꼈던 것 같다. 정말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즐겨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같은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다른 동네에서 어딘가에 갔을 때 가게의 주인으로부터 뭔가 특별히 코멘트를 들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태원에 살게 되면서부터는 동네에서 이런 사장님들을 종종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런 것들이 참 좋았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는 것. 그런 것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하게 된다. 내가 정말로 좋아서 즐기고 있다면 다른 사람도 그런 긍정적인 기운을 느끼고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경우에는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그 사람이 정말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래도 사장님은 가게 일에 정말 애정을 가지고 있고 와플에 진심인 사람일 것이다. 


와플을 한 입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고, 그 위에 얹어져 있던 생크림도 너무 맛있었다. 늦은 밤에 Y와 나는 맛있는 간식과 함께 얼마간 담소를 나누다가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에 또 오고 싶었다. 이태원에서 우유를 가장 많이 쓰는 이 카페에.

         

매거진의 이전글 60. 오늘 기사님은 어떤 노래를 틀어주실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