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을 어깨에 메고 떠돌았다. 혜화에서 혜화로, 혜화에서 사직동 주민센터로, 인왕산 입구로, 서촌의 한가운데로, 광화문으로, 시청으로. 경복궁역에서부터 시청역까지 비슷한 보폭으로 걸어온 한 사람에게 마음을 걸면서. 그 이의 등을 보면서, 내 등을 보이면서. 부러 걷는 사람의 뒷모습은 구분하기 쉬우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어가면서. 서글픈 텍스트를 가방에 담고 문장을 마음에 담아 가면서. 한 손에는 주홍빛 장미를 들고 한 손은 흔들며 힘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