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발견의 순간
지난 봄, 서점에 갔다가 이런 노트를 발견했다. 나도 일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사랑하려고 - 일을 한다'는 문장이 잘 와 닿지는 않았다. 무슨 뜻으로 만든 노트일지 한참 생각해보다가 나의 자기 발견 문장이 덧대어졌다.
나는 '사랑하려고 - 산다'에 가까운 사람이다. 멍상을 하면 할수록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가족이나 애인, 친구와 나누는 좁은 의미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음의 감정들도 포함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다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마음을 주고받는, 푹 빠져있는, 재미있는, 기대되는, 만족스러운.
그래서 대화다운 대화를 해야 힘이 나고, 친구 00과 만나면 마음이 참 편안하고, 무용이 너무 재미있고, 멍상을 해서 만족스럽고, 미식 경험이 좋다는, 나의 말이 결국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순간들이 내 일상을 가득 채웠을 때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
요즘 멍상 덕분에 매일 마음을 트래킹 한다. 하루 동안 어떤 것들이 내 감정과 몸에 영향을 주었는지 다양한 항목으로 살펴본다. 기본으로 제공된 항목 외에 날씨, 운동/무용, 대화다운 대화, 오후 네 시의 간식, 고마운 사람의 이름을 쓴다.
'고마운 사람의 이름'은 어떤 사람이 오늘의 나를 살려주었을 때 - 말, 다정함, 눈빛, 온기, 관심 같은 것들 - 적는다. '세상의 단 한 사람만이라도 마음을 봐주면 사람은 살 수 있다'는 말에 너무 공감하기 때문에, 감사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쓴다.
결국 사랑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속상하고, 자주 화가 나고, 짜증이 나더라도 사랑으로, 감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휴식 박사과정 모임을 마치고도 느꼈지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고, 모으고, 그 순간에 들어섰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삶을 잘 살아내는 데 중요한 것 같다. 특별한 단 하루, 혹은 특별한 어떤 감정도 좋지만 특별하지 않은 매일매일에도 사랑의 순간이 있으면 좋으니까.
나는 열심히 재미있게 사는 것이 삶의 목표인 사람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람들을 힘껏 사랑하며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