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농장 팝업 정원 후기
[20220719]
딱 한 달만 열리는 정원 팝업 #부영농장
원래 갈 생각이 없었는데, 주하 덕분에 다시 들여다본 예약 페이지에 마침 취소표가 나와있어서 또 고민 없이 다녀옴. 바깥에서는 평범한 집일 것 같았는데, 빨간 대문 열고 들어가니 눈앞에 펼쳐진 초록 때문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40년 동안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던 개인 정원. 허허벌판에 좋아하는 식물과 나무를 잔뜩 심어 가꿨을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큰 귤밭과 야자나무와 한국에 한 그루밖에 없다던 금송, 온갖 나무와 나무와 식물 사이에서 한 시간을 보냈다. 제주 시골길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을법한 풍경이지만, 집약된 아름다움 (내지는 큐레이션된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건 또 다른 경험이니까 그런 면에서 좋았다.
음료 팝업으로 참여하는 카페 라인업이 짱짱해 조금 더 기대했었고, 사실 카페 팝업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막상 가보니 정원 중심의 프로그램이었고, 간단한 투어와 음료, 씨앗 패키지가 제공되었다. 전체적으로 경험에 대한 완성도가 좀 더 높았으면 좋았겠다고 내내 생각했다. 대강 추측해봤을 때 이번 팝업은 1) 최소한의 노력과 2)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를 기준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거대한 정원을 이 방식으로 딱 한 시간만 경험하기에는 입장료가 다소 비싸게 느껴짐.
알아서 잘 운영하시겠지만,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구경하는 동안 잘 가꾼 풀밭이 망가지진 않을까, 꽃을 막 꺾거나 신기한 풀 뽑아가면 어떡하지, 하고 괜히 걱정도 했다. 커피 이외 음료도 좀 더 보강하면 좋겠고... (오늘 하귤 에이드는 실패) 딴소리지만 요즘 많이 많이 생각하는 건데 카페인도 알러지처럼 취급해줬으면 좋겠다. 먹고 싶은데 못 먹는 사람 생각보다 많다고요 (눈물).
머리 비우고 경험하려고 간 건데 또 기획자/운영자 모드로 보고 왔다. 오늘이 행사 첫날이라 그랬겠거니 싶은 점도 있었고, 정원 안쪽에 농장주가 거주 중이셔서 조심스러웠을 부분도 짐작되었다. 어쨌든 아름다움도 즐거움도 분명 있었던 시간. 특별한 곳에서 음료와 함께 한 시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 일부러 찾아가면 조금 아쉬울 수 있으니 다른 일정과 묶어가기를 더 추천. 아무래도 한 시간은 너무 짧다.
부영농장 @booyoung_nong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