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책 #14
나의 세 번째 사무실은 혜화동이다. 파티션 하나 없는 100평짜리 사무실에서 70명 남짓이 함께 생활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공유 오피스. 때때로 웃음이 흘러 다녔고 유쾌한 농담이 오갔다.
두 번째로 바뀐 자리에서는 나의 왼편에 제법 큰 창문이 있었고 대학로의 큰 도로가 내려다보였다. 창문은 서쪽을 향해 있어서 볕이 와르르 쏟아졌다. 정오 무렵부터는 블라인드를 쳐야만 컴퓨터 속 화면이 보였고, 오후 네시 무렵에는 왼쪽 얼굴만 까맣게 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강렬했다. 하루 동안의 시간도, 계절도 모두 내 왼편에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