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책 #20
'내가 민폐 끼칠까봐...'라는 말 앞에서는 입이 딱 다물린다. 민폐라고 할 수 없을만한 일인 데다,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마음 내어주려고 해도 철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어서다. 어떤 사람에게는 서운한 마음마저 든다. '나를 아주 친한 사람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하고.
폐를 끼칠까봐 걱정하는 마음은 예쁘다. 그런데 지나치게 사양하고, 지나치게 기대지 않을 때 나는 섭섭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사랑받을 기회를 스스로 뿌리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받지 않으면서 주기만 하는 사람을 볼 때의 마음은 또 어떤지. 결과가 어떻든, 서로 가까워질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애정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내어준 마음을 받는 것도 사랑이다. 관계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