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회고 1

by 믈름

연말연시를 맞아 휴대전화 사진첩을 정리하는 중이다. 언제부터인가 매년 그해의 사진을 골라 엽서를 뽑는 게 연례행사가 되었는데, 달리 누구한테 선물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그 정도의 일이 되고 만다. 달리 카메라를 사지도 않았고, 무슨 사진 용어를 아는 것도 아니라서 취미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부끄럽고. 내 눈에 예쁜 게 남의 눈에도 예쁘다는 자신도 없고.


여하튼 그러는 중에, 한 가지 눈치채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작년의 나는 정말 좋지 않았구나. 봄까지는 마음에 들거나 예쁜 사진이 꽤 많았는데, 여름을 지나 가을부터는 ‘좋았다’ 싶은 사진이 영 없었던 것이다.


나는 디저트를 좋아해서 곧잘 카페를 찾아다니는데, 여기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봄까지는 디저트의 맛이나 향미, 생김새 따위를 구구절절하게 써둔 일기가 있어서 추억이 되었는데, 가을부터는 분명히 디저트를 먹었음에도 남아있는 게 없었다.


그게 갑자기 그렇게 아깝고 억울했다. 아깝다. 아까웠다. 즐겁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너무 아까워졌다. 디저트 하나의 가격이 얼마인지 아는가? 저렴한 것이라고 해봐야 육천 원이고, 비싼 건 뭐 몇만 원씩이나 한다. 사진을 찍을만한 ‘예쁜 장소’에 가는 건 또 얼마나 번거로웠는지. 지하철이고 버스고 한 시간 두 시간을 내리 타서 찍은 사진인데 예쁘질 않다.


작년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다고 돌이켜 보고 싶지만, 사실 좋은 일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일은 실수 연발에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는 썩 좋지 못하다. 내 잘못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아니, 조금쯤은 있나? 내 체력은 완전히 바닥을 쳤고, PT 레슨을 통해 기껏 잡아놓았던 운동과 생활 습관도 망가졌다. 하고 싶은 일이 있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게 되었고,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는 떨어졌다. 게다가 작년에 목표로 했던 일들-자격증이나 외국어 공부 따위도 거의 이루지 못했다.


아, 정말이지 못난 한 해였다. 못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게 너무 아깝다. 시간은 금이니 돈은 귀하니 그런 이야기를 떠나서, 어차피 살아가는데 행복하지 못했다는 게 서럽다.


그러니까 이번 한 해는 좀 예쁜 색으로 다채롭게 채우고 싶다. 예쁜 사진을 찍고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한 일들을 기억하면서. 시간이야 없고 돈도 체력도 당연히 없어서,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자격증이나 스펙을 쌓자는 의미가 아니다. 예쁜 한 해를 보내자. 즐거운 한 해를 보내자. 올해는 그것만 신경 써 보자.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그렇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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