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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둠 Nov 27. 2019

인도는 정말 위험한가에 대한 고찰

마! 직접 가봐라!

흔히들 인도 하면 떠올리는 지역은 타지마할과 갠지스 강이 있는 델리, 아그라 내지는 바라나시 같은 북인도일 것이다. 

나는 그 북인도를 여행으로 짧게 다녀온것 밖에 없고, 내가 살았던 곳은 남인도 끝나락에 있는 타밀나두 주 첸나이라는 도시다. 

첸나이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에서 본 종교의식. 저 하얀색은 재다. 불을 피우고 단식을 한 사람들이 그 위를 걸어간다.

인도는 메르카토르법의 가장 큰 피해를 받아 지도로 봤을 때 크기는 실감을 못할 수도 있지만 사실 3,287,263㎢라는 세계 7위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그 크기가 거의 유럽 대륙에 육박하는 엄청나게 넓은 나라다. 

지역마다 사는 사람의 인종도 제각각이고 종교도 제각각이라 문화도 다른데다가 쓰는언어도 다 다르다. 인도의 공식 언어는 1956년 인도 헌법인 인정한 언어로 한정했을 때 18개나 된다. 인도인들도 자기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면 통역사를 구해야 할 때도 있다.

뚫훍뚥훍뚜 뚥훍뚥훍뚜 뚥훍뚥훍뚜 따다다

뚫훍송(Tunak Tunak Tun)으로 유명한 터번을 쓴 인도 남자인 달러 멘디(Daler Mehndi)가 인도남자의 디폴트(?)이미지가 되어버렸는데, 그가 쓴 터번은 인도 안에서 시크(Sikhi)교 남자들이 쓰는 것이고 시크교도는 인도의 13억 인구 중에 겨우 3천만명만이 믿는 종교다.


그래서 나조차도 사리를 입고 나가면 '시킴(sikkim)’이라는 네팔과 가까운 북인도에서 왔냐고 물을때도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인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사람들이 나에게 인도는 어땠어? 라고 물었을 때 항상 설명을 하면서 뒤에 붙이는 말은 ‘근데 이것도 지역마다 달라. 내가 살던 곳은 이랬어.’였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인도는 어떠한 경우로도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일반화를 할 수 없는 나라다.

내가 살던 곳 근처 바다에서 행해진 종교의식. 이날 사진 많이 건졌다.

인도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이슈가 된 버스강간사건은 인도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던 큰 이슈였고 공론화가 되어 전 세계에 알려진 안타까운 사건이다. 그리고 경찰청장의 빻은 헛소리로 인도는 한국에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급의 나라로 인식되어 있는 듯 하다.


당장 인도 여행에 관련된 콘텐츠나 유투브 동영상만 봐도 댓글에는 ‘인도 가면 무조건 강간당하고 살해당한다’ ‘인도를 여자 혼자 가겠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인도는 끔찍한 나라다’이런 댓글들이 어마무지하게 많은데, 나는 그 댓글들을 볼 때마다 한국에 와보지도 않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보고 ‘북한이랑 아직 전쟁중인 나라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아주 위험한 나라다!’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아직 휴전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모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위협에서 살고 있지는 않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위험한건 사실이지만 인도 전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며, 여행이 불가능 할 정도로 위험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안전한 여행을 위한 수칙을 지킨다면 큰 어려움 없이 여자 혼자도 충분히 여행 할 수 있다.

사실부터 얘기하자면 인도의 여성인권은 모든 주가 그렇지는 않지만 내가 다닌 곳을 봤을 때, 정말로 낮다. 아직 우리나라도 성차별이 만연하게 일어나지만 우리나라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아직도 여아낙태라는 성별에 따른 제노사이드가 엄청나게 이루어 져서 당장 길거리만 나다녀도 성비가 불균형 한 것이 눈에 확연하게 보인다. 실제로 15∼29세 인구를 두고 봤을 때, 여성 100명당 남성은 111명에 이른다. 인도에서 20세 이하의 남성은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5천만 명이나 더 많은 셈이다.


애초에 여성인권이 낮아서 여성들이 길밖에 많이 안돌아다니는 것도 있지만 그것만 감안해도 길거리에 남자만 한가득이다. 현지인 친구 말에 따르면 아직도 연애결혼보단 카스트 안의 중매결혼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한다.


제도적인 카스트는 없어졌지만 아직도 카스트는 엄연히 존재한다. 

카스트 안에서의 결혼만이 대부분 이루어지고, 인도인은 이름과 출신지역만 들어도 이사람이 어느 계열의 카스트인지 대부분 알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크샤트리아(귀족)의 대우는 해주지만 그 외국인이 귀화했을 경우엔 수드라(노예, 평민)계층 취급을 받는다.


여튼, 내가 인도에 직접 살면서 느꼈던 것은 한국에서 여러 나쁜 평판을 가진 인도는 생각보다 안전하고 너무나 평화로운 나라였던 것이다.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아주 극도로 친절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으나 절대 무례하지는 않다. 물론 밖에 나돌아다니는 길에서 유일한 젊은 극동아시아인 여자로써 호기심에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일수지만 내가 실수로 그들의 핸드폰을 깨먹어도 무심하게 괜찮다고 하며 갈길을 가는 사람들, 실수로 발을 밟아도 노 프라브럼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바짝 긴장한 몸이 풀어지곤 한다. 


인스타로 계속 찝쩍거리는 인도 남자들이 한무더기지만,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해꼬지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직접 밖에 나돌아다니고 밤에도 장보러 다니고 로컬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던지, 빈민촌 쪽을 잘 걸어다닌다던지 해서 이곳 현지에 사는 한국인보다 더 현지인스럽게 다니는 내가 여태까지 받은 인도의 느낌은 평화롭다. 물론 아까도 말했듯이 지역마다 차이는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과 북인도에 사는 사람은 인종 자체도 다르고 언어도 북쪽은 대체적으로 힌디어, 이곳은 타밀어로 언어의 뿌리부터 다르다. 사실 이곳은 북쪽과 오래 전에는 아예 별개의 다른 나라였다.

죽기전에 타지마할은 한번 봐야한다고 생각. 다만 쌀쌀할 때 아주 이른 아침에 개장시간에 맞춰서 가야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

여성인권이 아직 한참 낮지만 나는 이곳 사람들이 여성 이전에 이방인으로 봐주는 탓에 안전하게 느끼는 것 일지도 모른다. 이곳에 아주 오랫동안 거주한 다른 한국인들도 아직까지 내가 살던 첸나이에서 현지인들이 한인에게 저지른 범죄는 본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반대로 나는 외국인이라서 조심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가 강간의 왕국이다. 엄청나게 위험한 나라다 라는 오명에 대해서는 글쎄다.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신기하고 놀라운 나라다.


Incredible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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