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잎, 다른 줄기

우리는 왜 같은 행동에 다르게 반응할까?

by MLP Studio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는 행동들이 있다. 무뚝뚝한 말투, 짧은 대답, 눈을 피하는 시선, 먼저 물러서는 태도. 우리는 종종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같은 잎처럼 보이는 그 행동 아래에는 전혀 다른 감정의 줄기가 숨어 있다. 어떤 사람의 침묵은 분노에서 나오고, 어떤 사람의 침묵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같은 ‘말수 적음’이라는 잎을 달고 있지만, 한쪽은 “더 말하면 상처를 줄까 봐” 멈춘 것이고, 다른 한쪽은 “말해도 달라질 게 없어서” 물러선 것이다.


겉모습은 닮아 있어도, 자라온 감정의 방향은 전혀 다르다. 관계에서 오해가 깊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상대의 잎을 보고, 내가 자라온 줄기에서 비롯된 감정으로 그 의미를 해석한다. 그러다 보니 오해도 쉽게 쌓인다. “저 사람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왜 이렇게 예의가 없지?” 하지만 그 행동이 어떤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묻지 않은 채,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의미를 덧붙인다.

이런 장면은 가족 안에서도 자주 벌어진다. 같은 말 한마디에도 웃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부모의 같은 훈계에 누군가는 힘을 얻고, 누군가는 마음에 부담을 오래 느낀다. 같은 공간에서 자랐다고 해서, 같은 감정의 줄기를 갖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이 반복해 온 경험만큼, 감정 나무도 다른 방향으로 자라왔던 것이다.

그래서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행동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그 행동이 자라온 방향을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왜 그렇게 했어?”라는 질문보다 “그때 어떤 감정이 먼저 올라왔을까?”라고 묻는 쪽이 훨씬 많은 이야기를 우리 앞에 놓아둔다.


나 역시 관계 속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상대의 말투에 먼저 반응하고, 행동에 상처받은 채 마음을 닫아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행동 아래에 있던 감정은 내가 짐작했던 것과 달랐던 적이 더 많았다.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감정의 충돌은 비난이 아니라 이해의 가능성으로 바뀐다. 같은 잎을 달고 있어도, 우리는 서로 다른 줄기에서 자라온 나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덜 날카로워지고, 관계는 더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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