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I. 어린 시절, 피아노
나는 장녀로 태어났다. 부모님에게 첫 부모의 역할을 안겨준 자녀였다. 그래서일까? 엄마는 자신이 좋아했지만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내게 소개해주었고, 그중 하나가 음악, 특히 피아노였다.
5살 때, 엄마는 긴 종이로 된 피아노를 바닥에 펼쳐놓고 도, 레, 미 같은 음을 가르쳐주며 바이엘 책을 한 장 한 장 익히게 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피아노였지만, 나는 그 시간이 즐거웠고, 마치 종이 피아노에서도 소리가 나는 것처럼 상상했던 것 같다.
1년이 지나고, 6살 때 우리 집 작은 방에 삼익 피아노가 들어왔다. 갈색 나무로 된 새 피아노였고, 성인 한 명이 누우면 꽉 찰 만큼 작은 방이었지만 그 귀한 공간에 피아노가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나는 매우 기뻐했다. 아빠의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피아노가 우리 집에 들어온 날의 기쁨은 엄마와 나, 둘만의 순간으로 더 깊게 남아 있다.
그렇게 진짜 피아노를 갖고, 바이엘을 연습했다. 바이엘은 연습곡이다 보니 감성적인 멜로디가 있는 페이지가 별로 없었지만, 몇 개의 넘버에서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찾았었다. 순서상 더 배우고 쳐야 했지만, 나는 뒷장의 그 곡을 참 많이 연주했다. 그리고 정말 좋아했다. 상하행이 반복되는 연주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피아노 선율이 나를 기분 좋게 해줬던 것 같다. 연습하다가 코가 건조해지면 코딱지를 파서 피아노 아랫부분, 가온 도(C) 자리쯤에 붙여놓기도 했던 엽기적인 나였다. 목캔디 통에 바둑알을 옮겨가며 엄마의 감시 아래 피아노를 연습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있다. (202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