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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키친 Jun 05. 2022

왔다, 일상의 맛! _ 분모자

쫀득쫀득 반투명한 별 모양 당면의 매력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행을 참 좋아한다. 한 시대를 풍자하던 연예인의 옷이나 액세서리들이 하룻밤에 품절이 돼버리는 것을 보아도 그러하고 외식 시장을 보아도 그렇다. 그런데 또 그 유행은 금방 사그라들고 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 한 동네에 누룽지탕과 함께 먹는 불닭 전문점들이 엄청 인기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게 금방 끝나버리는 외식의 유행 속에 굳건히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마라인 것 같다. 알싸하면서 우리나라의 고추장이나 청양고추로 낼 수 없는 매운 맛을 즐기는 그 맛에 한 번 빠진 사람들은 계속 그 맛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중 분모자 당면은 마라 요리에 기분 좋은 매력을 더하는 카메오의 역할을 한다.


펀하오즈라고 불리는 분모자 당면은 중국 동북 지방의 당면으로 감자녹말로 만들어 살짝 반투명한 외관을 가지면서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래떡처럼 굵고 길며 단면을 잘랐을 때 별 모양과 비슷하여 유튜브 먹방에도 자주 등장하고 한국에서는 로제 떡볶이의 재료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분모자 당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오히려 중국에서는 지방 특산물이라 중국 동북 사람들 말고 다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아이러니함을 느낄 수 있다.




| 쫀득함을 더한 매콤달싹한 매력 분모자 닭갈비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상, 들, 바다를 찾아 돌아다니는 캠핑족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은 분모자 닭갈비를 한 번 만들어 봤다. 나는 요리하기를 좋아하니 양념을 따로 만들었지만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완제품 닭갈비 소스들이 있으니 활용하면 초초초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


뼈를 제거한 닭다리살은 한 입 크기로 자른 후에 미림과 후추에 살짝 버무려 두었다. 채소는 원하는 대로 준비하면 되고 양파, 대파, 고구마를 준비했다. 분모자 당면은 차가운 물에 10분 이상 담근 후에 5cm 정도로 잘랐다. 사실 분모자 당면의 크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질한 닭다리살에 채소와 분모자 당면을 한 군데에 모두 넣고 고추장, 굴소스, 설탕, 다진 마늘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일반 당면이라면 나중에 추가를 해야겠지만, 분모자 당면은 굵어서 생각보다 잘 안 불어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리해도 된다.


마라샹궈를 만들 때 꼭 선택해서 넣는 식재료가 분모자 당면인데 마라의 매운맛이 아닌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한국의 매운맛에도 그 쫄깃함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진다. 쫀득한 분모자 당면의 식감 뒤로 달큼한 고구마와 부드러운 닭다리살, 그리고 채소의 아삭함이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 대한민국에 열풍을 일으킨 분모자떡볶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래떡의 모습이 익숙해서 그런지 떡볶이 속에 담겨있는 분모자 당면은 그리 생소하지 않다. 분모자 당면을 넣어서 떡볶이를 만들 때는 꼭 쌀떡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본가인 부산 스타일로다가 두툼한 가래떡을 이용해서 분모자 당면과 함께 떡볶이를 만들면 각기 다른 매력의 쫀득함 두 가지를 한 접시에 맛볼 수 있는 행복함을 즐길 수 있다. 떡볶이 러버들 다 모여라!!


원래도 어묵보다는 떡을 더 좋아하는데, 가래떡을 넣은 떡볶이를 만들 때는 절대 어묵을 넣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떡을 더 좋아하기 때문인데 가래떡에서 나오는 전분이 떡볶이 국물을 꾸덕하게 만들면서 어묵이랑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냄비에 자작하게 물을 붓고 설탕과 고추장, 연두를 넣고 물에 담가놨던 가래떡과 분모자 당면을 넣어 뭉근히 끓여냈다. 채소는 길게 썰어 낸 대파 하나면 충분하다. 떡볶이 재료들에 충분히 양념이 배고 나면 먹기 직전에 원하는 만큼의 우유와 생크림을 넣으면 부드러운 맛을 더한 로제떡볶이를 만들 수 있다.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된다면 떡볶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최강 떡볶이 러버인 나에게 새로운 쫀득함을 더한 분모자떡볶이는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재료를 이것저것 넣지 않아서 간단하지만 깔끔하면서 매콤함과 달콤함이 함께 어우러진 떡볶이. 정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행복한 맛이다.




별 모양의 쫀득함이 즐거운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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