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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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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키친 Sep 30. 2022

왔다, 가을의 맛! _ 토란

지금 이 계절을 즐길 수 있는 땅의 달걀

추석을 기점으로 뜨거운 햇살이 살짝 주춤하는 듯하더니, 이제는 출근길에 얇은 겉옷을 걸치지 않으면 쌀쌀하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바람이 시원해졌다. 그렇다, 가을이다. 예로부터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불리며 하늘은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고 했다. 요즘은 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모든 식재료들을 거의 1년 내내 만나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가을에 영그는 곡식들과 채소들이 많아 풍요롭고 먹을거리들이 많은 계절로 꼽혔다. 그런 푸짐함에 조상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명절이 추석이다. 지금은 소고기 뭇국으로 많이 대체되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항상 할머니는 토란국을 끓여 차례상에 올려주셨다. 지금은 연세가 많이 드셔서 할머니의 손맛을 맛볼 수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계절이 되면 토란국이 이따금씩 생각난다.


땅의 달걀이라는 뜻을 가진 토란은 토양을 구분하지 않고 병충해에 강해서 어디서나 잘 자라는 것이 특징이며 감자처럼 땅 속에서 자라나는 알줄기와 줄기를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식물이다. 맛보다는 식감 때문에 많이 먹는 식재료이긴 하지만 옛날부터 올차고 매끈한 것을 '알토란 같다.'라고 표현하며 몸에 좋은 양질의 단백질과 칼륨, 비타민 C 등의 영양소가 옹골차게 차있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사실 토란은 미끈미끈한 표면의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이긴 하지만,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후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면 점액질을 없앨 수 있다. 그렇게 손질한 토란은 쌀뜨물에 담가 두면 토란이 가지고 있는 독성과 흙내(잡내)를 없앨 수 있다. 토란에 독성이 남아있으면 먹었을 때 목이 간질간질하며 약한 마비 증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신경 써서 손질해야 하는 식재료다. 한 번에 손질한 토란은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1년 내내 그 맛을 즐길 수가 있다.




| 고소함에 고소함을 더한 든든함 들깨토란탕

아마 토란을 접해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어 본 음식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토란은 껍질은 벗긴 후에 소금물에 10분 정도 삶았다. 토란 자체가 다른 식재료들보다 단단한 식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넉넉하게 조리할 필요가 있다. 요즘에는 냉동으로 유통되는 껍질 벗긴 토란도 많아서 훨씬 더 간단하게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달궈진 냄비에 참기름을 넣고 국간장에 조물조물 무쳐 낸 국거리용 소고기를 넣어 볶았다. 낮은 불에서 볶아줘야 참기름이 타지 않아 쓴맛이 나지 않고, 고기도 냄비에 들러붙지 않는다. 여기에 불려 놓았던 건취나물과 느타리버섯을 넣어 볶다가 채수를 부어줬다. 무와 양파, 대파 뿌리로 만들어 놓은 채수가 있어 사용했지만 없다면 연두나 치킨스톡을 이용해도 무관하다. 식재료들에서 어느 정도 맛이 우러나오면 미리 삶아두었던 토란을 넣고 끓여준다. 재료의 맛이 어우러진다 생각되었을 때 거피 들깨가루와 소금을 넣어 간을 하면 완성이다.


고기에서 우러나온 국물이 맛이 들깨와 꽤 잘 어울리고, 감자를 넣은 것 같은 맛에 든든함과 고소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 하나의 포인트를 꼽자면 건취나물을 들 수 있겠는데, 불린 뒤 한 번 삶아 낸 건취나물에서 오는 특유의 향은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토란의 향을 감소시켜주고 그 맛의 완성도를 더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고소함이 더해진 든든한 한 그릇은 간을 약하게 하면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도 있는 맛이다.


| 단짠의 매력에 쫄깃함까지 더한 토란소고기조림

사실 토란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국 말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이번에 토란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많은 검색을 했다. 포슬포슬한 식감의 토란이 단짠단짠의 양념을 만난다면 감자 못지않을 맛있는 조림이 될 것 같아서 소고기와 함께 조려봤다.


토란은 들깨토란탕을 끓일 때와 동일하게 손질하고, 소고기는 우둔살 부위를 민찌로 준비했다. 물에 맛술, 진간장, 설탕을 섞어 조림장을 만들고 우민찌를 먼저 볶다가 건표고버섯과 토란을 넣고 조림장을 넣어 조려냈다. 완성된 조림을 접시에 담은 후에 송송 썬 파를 뿌려내면 금세 완성이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조림의 맛은 생각하는 맛 그대로다. 단짠단짠의 양념장을 베이스로 한 조림 양념을 머금은 포슬포슬한 토란은 마치 감자조림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소고기의 식감과 담백한 맛도 매력적이다. 잘 익은 토란을 살짝 떼어내어 단짠의 양념장과 소고기를 곁들여 흰 쌀 밥 위에 얹어 먹으면 된다. 젓가락 없이 숟가락 하나만으로 입 안 가득 가을을 담아낼 수 있는 매력이다.




할머니의 투박한 손맛이 추억 속에만 남아있어 뭔가 아쉬운 어느 가을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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