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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근 May 24. 2017

배우는 배우다.

2017 백상 예술 대상 '꿈을 꾼다'무대를 보고..

며칠 전 인상 깊은 장면을 스마트폰 웹에서 접했다.

TV를 잘 보지 않는 요즘 최신 뉴스는 아무래도 손 안에서 펼쳐지는 시대 아닌가?


본래 시상식을 잘 보지 않는다. 

누가 상을 타건 말건 거의 그 해 가장 핫했던 작품들이 예상하는 대로 거의 적중하지 않는가?


그런 와중에 문득 실검 순위에 뜬 '백상 예술 대상' 시상식을 클릭하고야 만 게 이 글을 시작하는 첫 단추다.

 



그렇게 우연히 클릭한 영상 클립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백상 예술 대상 - 꿈을 꾼다' 무대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무명 배우'들이 꾸민 무대다.

무명 배우.. 


'무명(無名)' 그대로 뜻풀이를 하자면 '이름이 없는'이지만 실제 의미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이다.

배우 온전히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 거쳐야 하는 혹독하게 힘든 시간들이 있다. 


백상 예술 대상 무대 맞은편에 스타들의 자리에 앉아 있는

몇몇 배우들에 카메라가 꽂힌다. 


그중에는 무대 위 배우들과 똑같은 시절을 오랜 인고의 시간으로 버티고 버텨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분들도 분명 있었다. 


클로즈업된 카메라 앵글이 흔들리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


아마 본인들의 지난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걸 거다.

그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정비례 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스타들이 무명의 시절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있다.


그들의 모습이 감동을 주는 이유

무대 위 어색한 시선

떨리는 음성

완벽하지 않은 하모니


하지만 중요한 건 소위, 훌륭한 무대의 필수 요소들이 아니었다.


이런 미완의 것들이 섞여 만들어내는 구성, 그리고 드라마틱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부분들이 우리를 울컥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또 그 모습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tvN 드라마 '미생' 장그래..


무대 위 무명배우들은 그렇게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지원서 자체 평균 150:1의 경쟁률 


업무의 영역에서 에피소드를 좀 풀어볼까 한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풀 예정이다.


배우 모집 공고를 올리자마자 쏟아지는 수두룩한 배우들의 지원서들..

열정과 꿈, 그리고 간절함이 베여있는 분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물론 개중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역시 있다.


처음에는 모든 지원서를 하나하나 열어보았지만, 이내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을 수 없듯이, 모든 배우들이 같을 순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성의 없고 한 마디로 제대로 내용을 확인조차 안 하고 기계적인 지원서도 많았다. 그걸 알면서도 또 작품이 우선이니 '혹시.. 맞는 이미지가 있을지도 몰라' 하면서 꼼꼼히 봤었다.


친한 감독이 내게 조언한다. 

일단 양식에 맞지 않는 지원서, 기본이 아닌 지원서는 그냥 걸러내란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소리지.

 물론 비디오 테스트를 위해 지원서를 보는데 그런 지원서를 보낸 분들은 이미 태도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경험에서 나온 소리니 의심 가진 않는다. 그리고 태도야 나도 가장 중히 보는 요소이니 인정한다.


하지만 또 나름 한 번 기회를 줘 본다.


'어떤 생각으로 보낸 지원서일까?'

실수일까? 어차피 안 되는 거 보내기나 해보자! 이런 마인드일까?


정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절절한 지원서가 있기 때문에.. 전자의 경우는 여러모로 민폐다.(꼭 하고 싶은 역할의 경우 편지를 쓰기도..)


이렇게 한 프로젝트당 적게는 100통, 많게는 200통의 지원서를 받는다.


정말이지 지원서와 프로필을 보는 것만 해도 엄청나게 시간이 할애된다.


극단에 계신 분

단역 연기 위주로 하신 분

드라마 단역

독립영화 주/조연

모델 출신

아역 배우

연기 전공자

취미로 연기를 시작하신 분 


등등..


사연과 필모그래피도 가지각색이다.


이들 중 캐스팅이 되더라도 무명 배우들에게 출연료가 풍족하게 돌아가는 편은 아니다.

안타까운 면이 없잖아 있지만 중저가 커머셜 시장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전체 예산의 10-20% 수준으로 잡고 있다. 


가끔 터무니없이 낮은 출연료를 가지고 열정 페이 마냥 올라온 배우 모집 공고를 볼 때는 나조차도 화가 날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무명배우들이 투잡, 쓰리잡까지 하면서도 연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

내가 직접 필드로 들어와 보니 정말 그럴 수밖에 없겠더라.


물론 나 역시도.


 



현장에선 모두가 한 팀-
그리고..

아직 내가 이런 얘길 할 위치는 아니란 생각이 들지만

짧은 경험이지만서도 확실한 것이 있다.


현장의 모든 프로세스는 '팀 플레이'라는 것


나는 그나마 다행인 게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분들이 그런 진정성이 느껴지는 분들이었다.


실제 나와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은 알만한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한 분들이 많다.


필름 메이킹의 전 단계는 기본적으로 팀 플레이다.

배우들도 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보면 나에겐 일터의 선배들인 셈.


초짜 감독 입장엔 더 큰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가진 선배. 


미래에 더 크고 무거운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그날까지 응원하고 싶다.


배우들을 하나 둘 알아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면


'배우는.. 배우다'라는 것.


그리고 나는


 '배우는.. 감독이다'이라는 것.


허그인 브랜드 필름 촬영 중 (2017)




꿈을 꾼다(가사)


때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면
괜히 웃음이 나와

정신없는 하루 끝에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지나간 추억을 뒤돌아보면
입가엔 미소만 흘러

꿈을 꾼다 
잠시 힘겨운 날도 있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일을 향해 나는 꿈을 꾼다

혹시 너무 힘이 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천천히 함께 갈 수 있다면
이미 충분하니까

자꾸 못나 보이는 나 
맘에 들지 않는 오늘도
내일의 나를 숨 쉬게 하는 
소중한 힘이 될 거야

꿈을 꾼다 
잠시 힘겨운 날도 있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일을 향해 나는 꿈을 꾼다

꿈을 꾼다
잠시 외로운 날도 있겠지만
세월이 흘러서 
시간이 가면 모두 지나간다

꿈을 꾼다 
잠시 힘겨운 날도 있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일을 향해 나는 꿈을 꾼다
행복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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