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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근 May 24. 2019

[프롤로그] 한 여름의 아이슬란드

당신이 모르는 여름 아이슬란드의 7가지 매력

8월의 아이슬란드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차가운 아이슬란드를 한 여름에 다녀왔다. 

그 유명한 오로라를 볼 수 없는 계절이었다. 

대신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추억을 남겼다. 


백야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지 못한 여름의 아이슬란드는 여전히 차갑고 아름다웠다. 여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기가 가시지 않는 날씨에도 3년 전 8일 간의 여행은 내게 포근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성격상 혼자 여행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유일하게 두 명의 동행이 있었다. 우리는 함께 이동했다. 아직 녹지 않은 풀 바닥에 텐트로 잠자리를 만들었고 비싼 물가를 피해 사 모은 부실한 빵과 하얗게 설은 싸구려 소시지와 쿠키로 끼니를 떼웠다. 동행들이 있어 황량한 아이슬란드가 오히려 따뜻하게 기억에 남는다. 

함께 동행했던 2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J군은 내 대학 동기이자 함께 사진 동아리를 했던 친구다. 재밌는게 마침 그는 세계일주를 하고 있었고, 내 여행 일정에 맞춰 나를 위해(?) 아이슬란드로 날아왔다. 한국에서도 자주 못 봤는데 재회를 아이슬란드에서 한 것이다.

L군은 온라인에서 구한 동행이었다. 프랑스에서 요리쪽으로 유학 중인 분이었는데 원래 한국에 식당도 가업으로 하고 있었지만 유학을 가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고 했다.




오로라는 잠시 넣어둬.. 
여름 아이슬란드의 매력 7가지


 본격적인 여행기 연재에 앞서 여름에 가는 아이슬란드의 매력에 대해 먼저 나누고 싶다.

'뭐?! 아이슬란드를 가는데 오로라를 못 본다고?! 그게 말이 돼?' 하는 분들은 오히려 끝까지 읽어보라고 하고싶다.

시작부터 엑기스를 공개하는가 싶겠지만 이거부터 보고나서 여행기를 보는 편도 좋다고 생각한다.



1. 차량 렌트비 절약

 아이슬란드에서 차를 렌트할 때 '혹시' 하는 마음에 4륜 구동 차량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컨설팅하는 분들도 그렇게 많이 추천한다. 하지만 직접 가서 확인 한 바.. 여름에는 4륜이 없어도 충분하다는 거다.

많은 분들이 겨울에 아이슬란드를 찾기 때문에 4륜으로 렌트하지 않으면 큰일 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름에는 굳이 '인랜드'(아이슬란드 내륙 산악지역)까지 경험할 계획 없이 ‘링로드’(해안도로)만 따라 돌 예정이라면 일반 전륜 차량으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여행 중에 작은 해치백 차량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륜 구동 소형차량을 수동모델로 렌트한다면 가장 저렴하게 렌트할 수 있을 것이다.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TIP.  수동 VS 오토

 유럽이나 아이슬란드나 자동(AUTO기어) 변속기 모델은 희소하기도 하고 비용이 비싸니 일행 중에 1종 보통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수동 모델을 렌트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 유럽 내륙지역 보다 아이슬란드는 자동 변속기 차량이 더 적다. 아마 성수기에는 더 찾기 힘들 수 있다.



2. '인랜드' 오프로드 주행

 흔히들 가는 겨울 아이슬란드는 눈이 많고 날씨도 변덕이 심해 통행에 제한이 있다. 즉 외곽을 쭉 돌아볼 수 있는 메인도로인 '링로드'위주로만 다녀야 하는데, 비교적 따뜻한 여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다양한 산악 지형인 '인랜드' 코스를 들어가 볼 수 있다. 

국내는 대부분 포장도로이기 때문에 이런 오프로드 코스를 달려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아이슬란드의 인랜드 코스는 정말 길고 길도 다이나믹한 편이다. 실제로 여행 중에 인랜드 코스를 빠져나오는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중간에 발견한 캠핑장에서 묵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TIP.  인랜드를 간다면 렌트카 추천

 인랜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알아둬야 할 것은 꼭 4륜구동 모델의 차량을 렌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추천하는 차량은 스즈키 짐니(2인승 소형 JEEP)나 우리가 탔던 다치아 더스터(4인승 소형 SUV)이다. 물론 인원이 많고 짐이 많다면 넉넉한 차량이면 좋다. 다만 3인 기준으로 다치아 더스터도 부족하지 않았다. 



3. 아이슬란드의 상징 '퍼핀'

 퍼핀은 부리가 인상적인 바다오리과 철새로 해안 절벽에 서식한다. 실제로 내가 발견한 곳도 디르홀레이(Dyrhólaey)라는 절벽에서다. 엄청난 무리의 이 퍼핀들을 보는 것 자체도 진귀한 경험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어디든 쉽게 기념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상징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겨울에는 이 퍼핀을 볼 수 없다. 철새이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북유럽에 서식하던 개체는 지중해 또는 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퍼핀들이 절벽에서 날아다니고 먹이를 물어오고 하는 자연의 모습에 심취되어 한참을 머물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TIP. 퍼핀을 좀 더 가까이서 찍고싶다면

퍼핀은 가까이 다가가면 당연히 날아가 버린다. 필자도 그나마 꽤 가까이서 찍은 게 3~4m 정도였던 거 같다. 퍼핀을 크게 촬영하려면 망원렌즈가 필수다. 전문가 급의 70-200 같은 망원 줌렌즈가 없더라도, 여행용 전천후 줌렌즈가 있다면 만사 오케이다. 각 제조사 별로 보유하고 있는 줌 렌즈 라인업 중에 16(18)-300mm 대의 줌렌즈를 추천한다. 



4. 1년에 단 한 번, 요쿨살론 불꽃놀이

 아이슬란드에서 빙하들 사이에 불꽃이 팡팡 터지는 황홀한 경험. 여름에 아이슬란드를 와야지만 볼 수 있다. 이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곳은 빙하가 점점 녹아서 떠내려가 해변에 반짝이며 굴러다니는 다이아몬드 비치가 있는 요쿨살론(Jökulsárlón) 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황량했던 아이슬란드에 수백 대의 차량들이 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모인다. 입장료가 인원수에 맞게 있고 행사를 관리하는 차량이 돌아다니면서 징수한다. 불꽃놀이 할 시간이 다가오면 관계자들이 통행하는 곳에서 확인을 하니 그 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요쿨살론 불꽃놀이는 1년에 단 한 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곳에서도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하는 곳은 있다고 들은 것 같지만 이 빙하들 사이에 뿜어져 나오는 불꽃놀이는 또 색다른 경험이다. 정말 강추한다.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TIP. 요쿨살론 빙하 보트타기
요쿨살론에서는 수륙양용 보트를 타고 빙하 사이를 투어하는 상품이 있는데 대부분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편이다. 이 보트를 타면 요쿨살론 호수를 안쪽까지 돌아볼 수 있다. 빙하를 먹는(?) 체험도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길 권한다. 내 경우 이 보트를 이용하고 나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불꽃놀이를 관람했다.



5. 어디서나 자유로운 캠핑

 여름이라서 가능한 특혜가 바로 이 캠핑장 이용이 아닐까 싶다. 필자와 일행들은 첫날과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이동하는 일정 안에는 모두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해결했다. 때문에 캠핑 장비 렌탈료와 캠핑장 자리 사용료 말고는 비용이 들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캠핑장들은 대부분 널찍하고 샤워나 취사 시설들이 잘 되어 있어서 보통 이상은 했다. 특히 스코가포스(Skógafoss)에서의 첫 캠핑은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대자연 속 폭포소리를 들으면서 아침에 깨는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침 전날 비가 와서 잠자리가 축축하기도 했고 꽤 고생스러웠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단, 전기 사용이 불편하다는 것은 단점이다. 여담이지만 이 캠핑장에서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공용 화장실 안에 충전기를 꽂아두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내심 누가 가져가면 어쩌나 했는데 기우였다. AC 전원이 필요한 전자 장비가 많다면 참고하는 게 좋다.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TIP. 전자 제품 충전하기
 여행자들마다 노하우가 있겠지만, 이동하는 시간이 짧지 않은 만큼 이동 중 차에서 전략적으로 충전하는 걸 추천한다. 우선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의 충전방식을 확인해야하는데, 요즘엔 카메라나 노트북도 AC 전원 어댑터가 필요없이 USB 방식으로 충전이 가능한 모델들이 많으니 시거잭이나 급속 충전 가능한 것으로 준비하면 더 좋다. 차량에 따라 220V 단자를 지원하는 SUV도 있기 때문에 렌트할 때 그런 옵션도 확인하면 좋을 듯싶다. 일정이 길다면 중간 중간에 게스트하우스나 일반 숙소를 잡아서 편히 쉬면서 정비하는 것도 방법.


6. 강 도하 체험 

 우리나라에서는 홍수라도 한 번 나면 경험 할까 말까한 일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인랜드 지역에 들어가면 툭하면 발견할 수 있는 게 바로 불어 넘치는 물줄기들이다. 다니다보면 정말 '억!' 소리 날 정도로 큰 강줄기도 있는데...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몇 번 건너다보면 노하우가 생길 것이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4륜구동 차량이 필수다. 우리 일행은 강 도하를 하다가 번호판이 떨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인랜드에서의 다이나믹한 운전 경험은 여름 아이슬란드의 백미다. 한 번 경험해보면 왜 4륜 차량이 안전하다고 하는지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곳에서는 돈을 줘도 경험하기 힘든 짜릿함이 있다. 보닛까지 올라오는 깊은 강을 극복하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 모험심이 강한 여행자라면 강력 추천한다.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TIP. 강 도하 할 때 운전방법
 높이가 어느정도 있는 깊이라면 절대 악셀에서 발을 떼서는 안 된다.
기어는 1-2단으로 악셀레이터를 살살 밟더라도 끊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7. 백야현상으로 낮이 정말 길다

 다른 북유럽과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의 8월은 '백야 현상'으로 낮이 엄청나게 길다. 이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힘든 것인데, 오히려 낮이 길고 밤이 짧기 때문에 여행을 여유 있게 할 수 있다. 겨울 아이슬란드가 밤이 길어서 위험하고 험한 날씨에 이동에 제약이 많다면, 여름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오후 10시쯤에나 어두워졌다가 이른 새벽에 다시 밝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밤이 완전한 밤이 아니라 푸르스름한 이른 새벽 같은 느낌이었다. 때문에 운전이 서툰 분들도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것이 여름이라고 생각한다.


한번은 인랜드에서 길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는데 인랜드는 일반 도로와 달라서 가로등이나 교통 시설이 없고, 밤에는 가끔 있는 이정표도 잘 보이지 않는다. 굉장히 위험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해가 길어서 중간에 발견한 캠핑장에서 자고 이동할 수 있었다.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위에 열거한 7가지말고도 여름에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을 좋아한다면 그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여름에만 가능한 액티비티가 있는만큼, 겨울에만 가능한 여행 상품도 있다. 대표적으로 빙하 굴 탐험이라든지... 


필자는 아직 겨울에 아이슬란드는 가보지 못했다. (갈 계획이다. 언젠간!)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여름 아이슬란드의 특별한 매력 덕에 이렇게 시간이 흘러도 내 삶에 멋진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행스타일마다 다르겠지만, 위에 필자가 열거한 내용 중 3~4가지만 내 맘에 쏙 든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슬란드는 그 황량함 속에 대자연의 이야기를 품은 신비로운 곳이다.

더불어 '나'라는 인간의 존재를 겸손하게 한다. 

그 거대한 자연 속에서 충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대부분 오로라로 대변되는 아이슬란드 여행, 

겨울에는 느낄 수 없는 7가지 매력을 느끼려 여름에 가보는 건 어떨까?


※ 다음편부터 본격적인 아이슬란드 여행기가 연재됩니다. 기대해주세요.

※ 이 여행기는 심리테라피 매거진 'MELANCHOLIA ZINE' 에 함께 연재됩니다.


ⓒ 2016.정창근.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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