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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근 Mar 17. 2023

[그 해, 제주] 1화. 이제 진짜 출발

설렘과 긴장, 그 사이

https://youtu.be/BlA8a9ubRsg


1-1. 미니 컨버터블과 함께 미니멀하게 짐 싸기


MINI라는 차 명처럼 MINI는 작은 차다.

거기다 컨버터블은 더 작다.



대형 SUV 같이 넉넉한 공간은커녕, 아내와 나 아이 짐만 넣기에도 빡빡할 지경 ㅎㅎ


메인 짐가방을 기내용 2개로 나눌까,

아니면 26인치 1개로 가고 보스턴백 2개로 구성할까 했는데


결국 가방만 줄줄이 늘어나는 것 같아

캐리어는 26인치로 가져가기로 했다.

(참고로 미니 컨버터블 트렁크 용량은 160리터) 


우리 짐 구성은 대략 이렇다.


이런 심시티와

[트렁크]

26인치 가방 x 1

촬영 장비 가방(드론) x 1




[뒷좌석]

보스턴 백 x 2

휴대용 토트백 x 1











이런 테트리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차로 과연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까?


9개월 전에도 이미 해봤지만, 역시나 적응이 안 되는 크기다.

최대한 미니멀하게 짐을 싸려고 노력했지만, 뒷좌석 중 1개 자리에 보스턴백을 쌓으니 아이의 앉은키만큼 쌓인다.


트렁크도 미니 컨버터블은 적재모드로 변환할 수가 있는데, 선반을 올려 트렁크 공간을 최대한으로 뽑는 대신 소프트탑을 오픈할 수는 없다. 

어차피 숙소에 짐을 놓고 이동할 때 말고는 오픈할 일이 없기 때문에 짐을 최대한으로 싣고 갈 수 있는 적재모드로 해놓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쌓아온 MINI로 테트리스를 해온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2. 설렘과 긴장, 그 사이


다음날 새벽 1시 배인 우리는 오후 3시 30분쯤 넉넉한 출발을 했다.


당연히 장거리를 앞두고 타이어 공기압 체크는 필수!



짐이 상당히 실려 있으므로 혹시라도 포트홀 같은 깨진 바닥을 만나면 더 취약할 수 있다.

(포트홀 국가배상 경험자..ㅎ)








설레는 마음과 혹시 모를 상황에 긴장감을 안고 집을 떠났다.


고속도로를 내려오는 동안 가장 걱정됐던 건 역시 앙쥬의 컨디션이었다.

아이와 함께 차를 타본 부모라면 공감하겠지만 장거리 주행 때 아이들이 타자마자 잠드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

우려와 달리 잠들었다가 깨었다가 했지만 시끄러운 컨버터블 뒷좌석에서도 잘 자는 걸 보니 다행이었다.

중간에 저녁식사를 해결하러 부안 고려청자휴게소를 들렀다.


싱긋 웃으며 '맛있게' 우동과 단무지(신 음식을 잘 먹는다.)를 먹는 앙쥬를 보니 그제야 목포까지도 별일 없을 것이란 안도감이 늘었다.


부안 고려청자휴게소는 아기의자는 물론 수유실도 상당히 신경 써서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들러보시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 휴게소에서




목포에 다 와가자, 배에 승선해서 먹을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아내가 검색을 시작했다.

지역에서 유명한 코롬방 제과라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거의 마감 직전이라 빵이 별로 없었지만, 다행히 시그니처 빵 몇 개는 남아 있었다.





승선을 앞두고 말똥말똥한 앙쥬 얼굴을 보니..

아이도 생애 처음 와 본 이 동네 공기가 사뭇 다름을 느꼈나 보다.


2019년 이후 처음 찾은 목포항


아내와 아이는 먼저 대합실로 가고 나 홀로 차를 배에 실었다.


사슬에 묶이는 자동차 휠을 보고서야

'아! 이제 진짜 가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1-3. 배는 처음이야


거의 10시가 다되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앙쥬는 그저 신나 있었다. 

퀸제누비아호는 거의 새 배라 그런지 내부 시설들도 깔끔했다.


목포와 제주를 오가는 배인데 항해 시간은 4시간 반정도 걸린다.


로비에서 우리 방 키를 받고 방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묵을 방은 온돌방인데,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침대가 있는 방보단 낫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방 안에는 세면대가 있어서 손을 씻거나 세수를 하긴 좋았는데 개별 화장실은 없었다.


시커먼 바깥 풍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앙쥬와 함께 배 구경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배 갑판이며 내부 시설들을 둘러봤다.

가는 곳마다 신기한지 "이게 뭐야?", '우와~'가 연발한다.




새벽 1:00 출발 배라 적당히 방에서 하하 호호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잠이 들었다.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어느새 도착 방송이 나왔다.



"차량은 선적하신 분들은 지금 바로 차량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잠에 취해있는 앙쥬의 옷을 입히고 짐을 챙겨 객실을 나왔다.

벌써부터 로비에 집결해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는 차량을 가지고 온 사람들 무리와 함께 차량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아침 6:00


차를 타고 대기하는 동안 휠을 결박했던 끈들이 놓이고 하나 둘 배를 빠져나갔다.


제주는 현재 흐림. 이슬비가 내리는 새벽이었다.


나 : 엇? 오늘 날씨가 별론데? 오늘 비 오나 봐.

아내 : 응. 안 그래도 찾아봤는데 며칠간 비 오고 흐릴 듯.. 오늘은 숙소 들어가기 전에 어린이박물관이나 가자.



날씨야 아무렴 어떠냐.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지금 제주 땅을 밟았다는 것! 하하!









이번 여행이 아이에게 매 순간이 첫 경험이다.


처음 장거리 이동을 했고,

처음 목포라는 곳을 왔고,

처음 배를 탔다. (처음 탄 배치곤 좋은 듯?ㅎ)


누군가 기억도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좋은 데 갈 필요 없다곤 하지만,

나는 아이가 가족 여행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따뜻한 감정이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주리라 믿는다.


나에겐 남들에겐 없는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와 감성이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7~10살까지 제주에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때 당시에 에피소드를 세세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떠오르는 향수 같은 것 말이다.


-한라산에 정상에 올라서 눈과 함께 맡았던 상쾌한 공기

-안덕에서 태풍에 내 몸을 맡겨 붕 뜨게 했던 강풍

-식물원 비닐을 뚫고 내 팔에 닿는 따스한 햇살


앙쥬에게도 이번 여행이 따뜻한 감성으로 깊숙이 남길 바라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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