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실패했던 새해 목표, 올해는 달성한다
밤늦게 스마트폰 하다가 잠을 못 이룬 적, 출근길 내릴 역을 놓친 적, 이것만 보고 해야지 하다가 할 일을 미룬 적.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겪어봤던 상황일 것이다. 나도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8년 간 극심한 중독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자인 나의 말로는 처참하다. 거북목과 손목 통증, 눈 시림. 짧아진 집중력과 낮아진 문해력. 뇌를 디톡스 해야 할 때라는 걸 절실히 느낀다. 손가락 횡스크롤로 휙휙 지나가는 인스턴트 정보로, 전두엽을 그만 괴롭혀여야 한다. 독서와 사색, 휴식과 수면으로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야 한다.
인생 처음 겪어본 중독도 아니다. 그게 컴퓨터일 때도 있었고, 술이나 담배일 때도 있었다. 전에는 중독을 자각한 순간 독하게 끊어낼 수 있었다. 우선 물리적으로 중독 대상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주위 모든 이에게, '나 중독됐으니 말려줘'라고 말하면, 사회적 체면과 수치로 금방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우선 물리적 거리를 벌리기 어렵다. 나를 깨워주고, 출퇴근을 함께하고, 업무를 돕고, 잠들 때까지 즐겁게 해 준다. 주변 사람에게 내가 스마트폰 중독임을 알려도, 반응은 항상 같다. '나도 중독이야! 요즘에 안 그런 사람 있어?' 이전의 중독에 썼던 해결책은 무용지물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시도해봤다.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했던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을 삭제하고 탈퇴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제자리였다.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스마트폰의 재미요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 스마트폰 자체의 사용량이 줄어들진 않았다. 전화나 문자는 SNS 알림보다 빈도가 낮았지만, 복병은 내 주위 모든 이들의 정보를 데일리로 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이미 SNS 피드에 올라왔던 정보는 나 빼고 모두 알고 있고, 카톡으로 했던 얘기를 다시 할 이유도 없었다.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인 세계에서 나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닌지,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많은 도구들이 시중에 나와있다. 사용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풀 수 없는 비밀번호가 생기는 앱도 있고, 자의적으로 금고에 넣고 잠그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만 열리는 금고도 판다. 하지만 이 경우, 내가 정말로 스마트폰을 써야만 할 때는 쓰지 못한다는 너무 큰 맹점이 있다. 결국 중독을 해결하려면,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진정 필요할 때만 스마트폰을 쓴다는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
서두에서 말했다시피, 올해는 스마트폰과 이 지독한 주종관계를 끊고 싶다. 중독을 벗어나기 위한 첫 단계인 현상 분석을 했다. 나는 언제 자제가 안될 정도로 스마트폰을 쓰는가? 첫 째는,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집에 혼자 있을 때, 둘 째는, 대중교통 속 이동 시간, 셋 째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을 때. 외롭고, 지겹고, 지루한 시간에 스마트폰이 주는 자극과 재미를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우선 2월까지,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의 사용을 줄여 나가려고 한다. 우선 대체할 재미요소로 음악과 영화를 택했다. 집에 오면 우선 영화나 음악을 재생한다. 스마트폰은 현관에 보관하고, 다음 날 출근할 때까지 보지 않는다. 우선 브런치에 올렸으니, 스스로와의 다짐을 연초부터 못 지켰다는 자책은 하고 싶지 않다. 2월까지 주기적으로 어떻게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는지 업데이트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