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내→몸인데
내→가 아프고 말고를 못 정하는 거야?"
갑자기 꼭 만들어서 내일 가져가야 한다길래 잠때 놓칠라 급히 유튜브 선생님을 찾았다. 색종이 몇 번 접으면 끝날 방법들이 수두룩한데 하필 아이가 고른 버전은 어찌 그리 고난이도였는지, 드리고픈 선생님은 왜 세 명이나 되는지, 나 살려 외치며 만들었는데 결과물이 몹시 흡족해 쫓기듯 사진을 남기고 잠들었다.
다음날부터 아이는 내리 엿새를 고열에 시달렸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고열 따위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단련되어 왔음에도, 불덩이나 다름없는 뜨거움에 닿으면 늘 처음처럼 심장이 철렁하는 것. 행여 놓친 것이 있을라 우리는 하루 한번씩 병원으로 달려갔고 의사들은 하나같이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금만 열이 내린다 싶으면 어떻게든 기를 쓰고 만들기, 색칠하기, 블럭놀이, 자동차놀이를 했다. 아파서 놀지 못하는 게 너무너무 속상하단다. 37도여도 뛰어다니던 아이는 38도에 기가 막히게 눕고 39도면 말을 잃었다. (40 숫자가 보일 때는 내가 기절할 뻔했다.)
해열제, 항생제를 먹인 시간 용량의 앱 기록 스크롤은 한참을 내려도 끝나지 않는 지경이 되었고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정말 다 잘못했어요, 아니 너무하시네요, 할때쯤 열꽃과 두드러기가 온몸에 올라왔다. 부처님 오신 날, 마치 자비라도 내리듯, 아이는 정상 체온이 되었다.
하루 더 푹 쉰 후 일주일만의 등원길 가방에 색종이 카네이션 세 송이를 넣어주니 오랜만이라 부끄러워 못 드리겠단다. 아침까지만 해도 제발 엄마가 주면 안되냐던 아이는 퇴근 후 만난 나에게 폭풍 시큰둥하게 잘 드렸다며 선생님이 좋아하셨냐는 말에는 비밀이라고 대답도 안 한다. 쿨한 넘...
있는 말마따나, 아픈 후의 아이는 훌쩍 자란다.
고 며칠 사이에 행동과 습관이 바뀌었고, 잘 먹지 못해 마르긴 했어도 키마저 껑충 커 보인다.
앞으로 살면서 아플 일이야 언제든 있겠지.
바라는 점은, 그 누구도 크게는 아프지 않기를. 면역 체계의 업그레이드로 잔잔히 강해지는 것이기를
- 5월 중순 순삭의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