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인생
내년이면 벌써 스물아홉살이 된다. 98년생 호랑이띠,
어리다면 어리고 어른이라 한다면 어른인 나이, 30을 바라보는 위치에 서게 될; 예정이다.
마냥 이십대라고 생각할 땐,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아도 됐었는데
이제 곧 서른이라고 생각하니 나의 삶에 없던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나온 시간들을 천천히 떠올리다 보니
오랫동안 타인의 결과를 기준 삼아 살아온 것은 아닌지,
삶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살아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일했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는지와 같은 문장들이 나를 대변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의 하루보다, 잘 정리된 자기소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쏟고있다. 말로 정리된 모습이 실제의 모습보다 앞서 있었고, 앞서있다. 이러한 현주소에서 나는 정작 빈껍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모습만큼 실제로도 준비된 사람이 되었는지.
삶을 돌아보면, 언제나 꾸준함보다는 희열(喜悅)에 중독되어, 도전이라는 이름 뒤에 숨었다.
어떤 것이 축적되기도 전에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져,
버텨야 할 순간마다 늘 다른 시작을 꿈꿨다.
그래도 그렇게 쌓아왔다고 믿었던 시간들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백이 있었다. 회피가 만든 결과였을까.
아홉수라는 단어가 주는 불안이
단순히 나이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겉만 반짝이는 삶보다 속이 갖춰진 삶을 살고 싶어졌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바꾸지 않고 시간을 견뎌보는 용기가 지금의 나에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희열에 기대 살던 방식에서 벗어나, 더디더라도 쌓이는 방향으로 삶을 살고 싶어졌다.
자랑을 서두르기보다는 실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