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하다.

스물여덟인생

by 라온골드 Laongold

요즘 밤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아무 일 없던 하루였는데도 불을 끄고 누우면 자꾸만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 사람인지 따지게 된다.

스물여덟이라는 나이가 그렇게 만든다.


아직 어리다고 하기엔 마음이 너무 급하고,

그렇다고 충분히 해봤다고 말하자니 자신이 없다.


주변을 보면 꾸준히 한 자리를 지킨 친구들이 있다.

그 자리를 지킨 시간이 그 친구를 증명해 준다.

현재 빛을 받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부럽다. 배도 아프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도 거기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나를 흔들리게 한다.

몇 년 전 나도 같은 공간에 있었고,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왜 지금의 나는 여기 있을까.


꽤 다양한 걸 해봤다.

블로그도 했고, 인스타도 했고, 외국어, 운동, 악기 등등

시작은 하는데 하나같이 끝까지 밀어붙인 것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에게 남은 게 뭘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된다.

이것저것 해본 흔적은 많은데, 딱 잘라 설명할 한 문장이 없다. 이게 요즘 나를 제일 불안하게 만든다.

열심히 살았다는 말을 붙이기엔 증명할 결과가 부족하고,

그냥 흘려보냈다고 하기엔 시도한 게 너무 많다.


요양병원에 근무한다는 사실도

이 불안한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시일 것 같다.

대학병원 간호사에서 -> 대학병원 연구원 이직했고 -> 다시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다가

-> 요양병원 간호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려 만 4년 안에 일어난 일이다.


어정쩡하다.

나에게 딱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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