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나이트킵

스물여덟인생ㅣ요양병원의 밤을 지키며 느꼈던 생각들

by 라온골드 Laongold

나이트킵을 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그리고 다시 요양병원으로. 단기간에 두 번이나 이직을 하다 보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나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고, 나이트를 향한 도전이었지만 반복되는 이직 앞에서 내 가치와 경력을 들춰내며 스스로를 괴롭히곤 했다.


임상 간호사로 다시 돌아온 지 8개월째.

대학원생활과 병행하며 요양병원 간호사가 된 나는 ‘28살에 요양병원이라니…’라는 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무력해졌다. 나이트킵을 향해 온 길이었지만 자꾸만 대학병원에 다니는 간호사들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어디 병원 다녀요?”라고 물으면 괜히 움츠러들어 ‘로컬 다녀요…’라고만 답하던 시기였다.


요양병원에 온 지도 벌써 4개월.


침대에만 누워 지내는 할아버지,
밤만 되면 “영식아, 영식아—” “영성아—” 자식과 사위 이름을 부르는 할머니,
전신마비로 인해 눈물이 나도 스스로 닦을 수 없는 아저씨,
평소엔 잘 지내다가도 오늘은 왠지 슬프다고, 우울하다고 말하는 또 다른 아저씨,
1초 간격으로 콜록거리며 끊임없이 가래를 토해내는 할머니,
배가 가렵다고 긁다가 PEG를 매번 빼버리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 외에도 참 다양한 환자들과 밤을 함께 보내고 있다.


요양병원에는 장기 재원 환자가 많다. 건강이 호전되어 퇴원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대부분은 결국 이곳에서 삶을 마무리하거나, 더 악화되어 상급병원으로 전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양병원 1개월 차에는

아무리 열심히 간호해도 돌아가실 분은 결국 돌아가시는 현실 앞에서 간호사로서의 무력함이 크게 밀려왔다.

2개월 차에는

그래도 환자들이 이곳에서 하루하루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출근해서 라운딩을 돌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었다.

3개월 차에는 매일 쯪쯪 소리를 내며 우리를 부르는 아저씨에게

진통제로도 나아지지 않는 다리 통증을 위해 밤마다 손으로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누군가는 매일 보호자가 찾아오고,
누군가는 단 한 명도 면회 오는 이가 없고,
누군가는 법적 보호자조차 없어 무연고자로 등록되어 있고,
누군가는 어떤 치료도 하지 않은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도 있다.


그리고 요양병원 4개월 차인 지금의 나는,
이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좋을지,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출근길에도 고민하고 퇴근길에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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