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인생
뭐든지 시작할 때면 늘 검색부터 한다.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자격증 준비, 심지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맺을 수 있는지까지. 인터넷에 쳐보면 너무 많은 정보들이 나와있다. 덕분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잘 안다. 목표가 생기면 수십 개의 블로그를 읽고 유튜브를 보고 후기들을 뒤적이며 시간만 보내는 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나의 ‘관심’은 관심으로만 끝나는 것인가.
이제는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Searching 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어떤 직업이 잘 맞을지, 자격증은 뭘 따야 할지. 그런데 재밌는 건 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는 거다.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 언제 지치는지, 나만큼 나를 가까이서 본 사람은 없을 텐데 그런데도 나는 마치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외부에서 답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결국 그 모든 질문의 답은 내 안에 있을 텐데도 말이다.
2022년 12월부터 너무도 취득하고 싶었던 미국간호사 면허증인 NCLEX. 접수신청을 하는 중에 문제가 생겼다. 학교에서 뉴욕주로 발송해야 하는 서류에서 누락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연락이 왔으면 해결했을 수도 있으려나? 2-3개월 후에 연락을 받은 나는 이미 다른 직장도 구했으니 지금 당장 갈 게 아니라면 나중에 하자고 일을 미뤘다. 그렇게 2025년이 되었다.
그 사이 정말 많이 한국간호사들이 NCLEX를 취득했다. 최근 이직 중 거쳐간 병원에서 만난 선생님 중에도 벌써 다수가 NCLEX면허취득자였다. 나는 어쩌다 엔클렉스에 발가락만 살짝 담그고 나온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부는 하지 않은 채 NCLEX에 대한 정보만 수집하고 있는 나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그 이유는 명확했다. 두렵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잘하지 못할까 봐,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혹은 내가 생각한 나보다 못난 사람일까 봐. 그래서 나는 계속 준비만 하고, 계획만 세웠던 것이다. 새 노트를 사서 오늘 해야 할 일을 적는다. 하지만 정작 다음 줄은 몇 날 며칠이 지나도록 쓰이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 ‘준비 중’이라는 변명으로 나를 보호했었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처럼 커리큘럼이 있고 누군가가 체크해 주는 환경에서는 꽤 잘 따라가는 편이었다. 시험 기간이 정해져 있고 과제가 언제까지인지 알면 무슨 수를 써서든 해내긴 했다. 그런데 그런 울타리가 사라진 지금, 진짜 나의 몫으로 남겨진 것들 앞에서는 쉽게 무너졌다. 왜냐면 그건 오직 나의 의지로만 결정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커리큘럼을 짜고, 나 스스로 체크해야 하는 그 과정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살면 앞으로도 똑같은 삶을 살겠구나. 지금의 내가 5년 후에도 그대로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그건 절대 원하지 않는 미래다. 지금보다 성장하고 싶고, 변화하고 싶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사람이니까.
그러니 이제는 나를 향한 관심을, 진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더 빠른 방법이 아니어도 멋있지 않아도. 그냥 해보자.
작게라도.
매일은 못해도,
며칠에 한 번은.
그렇게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야 언젠가 내가 그렇게 찾아 헤맸던 가능성이 조금씩 현실이 되지 않을까. 이제 관심을 내 일상에 ‘선택’으로 바꿔볼까 한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더 가치 있을지도 모른다.